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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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다이어트 방법 중 가장 효과 있다고 알려진 것은 바로 단식이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단기간에 체중감량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양을 줄이거나 칼로리 섭취를 줄이라는 게 아니고, 진짜로 일정 시간 음식물 섭취 자체를 중단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영양학 전문지 ‘Annual Review of Nutrition’에 간헐적 단식이 일반적인 칼로리 제한식과 마찬가지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는 등 신진대사를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하루는 식사를 제한하지 않고 하루는 한 끼 식사의 칼로리를 500kcal로 조절하는 격일 단식과 1주일에 5일은 식사를 제한하지 않고 2일은 단식을 하는 5:2 단식, 하루에 4~10시간만 음식을 먹는 시간제한식의 효과를 조사한 25건의 연구 자료를 검토한 결과 비만 환자가 시간제한식을 하면 식사를 제한한 시간과 상관없이 체중이 평균 3% 줄었고 3~8주간 과식이나 폭식을 하지 않고 격일 단식을 하면 체중이 3~8% 줄었으며 5:2 단식도 체중 감량에 격일 단식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초파리를 대상으로 ‘시간제한 섭식(TRF)’을 시험했더니 수명이 최대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9월호에 실렸다. 초파리는 인간과 약 70% 이상의 질병 관련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초파리를 총 4개 그룹으로 구성했다. △24시간 제한 없이 섭식 △낮 12시간 동안 섭식 후 밤 12시간 금식 △24시간 금식 후 24시간 섭식 △밤을 포함해 20시간 금식 후 28시간 섭식 등이다. 이 실험에서 20시간 금식한 초파리 그룹에서 암컷은 18%, 수컷은 13%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확인됐다. 다른 그룹에서는 유의미한 수명 연장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밤에 금식하는 것이 중요했다. 밤에 금식하다가 낮에 음식을 먹은 경우 수명이 연장됐지만, 낮에 금식하고 밤에만 먹는 경우에는 수명이 늘지 않았다. 종일 굶다가 야식을 한 끼 먹는 것은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단식이 체중감량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현대인은 보통 탄수화물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한다는 점과 연관이 있다. 우리 몸이 지방을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전부 소진한 상태여야 한다. 이 상태를 키토시스 상태로 부르는데 혈중 케톤 농도가 0.5 이상이 됐을 때를 키토시스 상태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

체내 탄수화물을 전부 소진하기까지는 약 48~72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는 우리 몸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지방을 태우기 시작하고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체지방이 분해된다.

하지만 우리는 72시간은 커녕 반나절 단식하며 버티기도 힘들다.

비만의 탄수화물-인슐린 모델(CIM)에 따르면, 최근 가공된 고혈당 탄수화물의 소비 증가는 지방 조직에서 칼로리 축적을 촉진하고 배고픔을 악화시키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호르몬 변화를 일으킨다.

이때 도움을 받을 방법으로 유산균 복용과 식이섬유 섭취를 들 수 있다.

유산균을 섭취하면 키토시스에 도달하는 시간이 24시간 안쪽으로 줄어든다고 알려진다고 한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먹는 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고 그 영향으로 변비에 시달리기 쉽다. 이때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면 급성 설사나 변비,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단식 전 1주일 동안 샐러드 식단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그것에 맞게 적응기를 갖게 되고 단식 시 훨씬 빠르게 키토시스 상태에 돌입한다고 한다.

이때 단지 샐러드를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식사 대신 샐러드만 먹어야 한다.

탄수화물과 당질을 제한하는 식단이나 유산균을 통해 몸속에 저장되어 있던 당질을 소진하게 되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되고, 체지방 감소 및 체중 감량이 수월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단식방법으로 3주 만에 5kg을 감량한 사례도 소개됐다.

시간제한 식사법을 통해 3주 만에 5kg 빼는 방법은 정해놓은 시간 동안에만 식사를 하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먹는다든지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식사를 한다든지 정해두고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여러 논문을 통해서 3주에서 24주간 간헐적 단식을 한 사람은 평균 3%~8%가 줄었다고 밝혔다.

60kg 체중인 사람의 경우 24주 간헐적 단식을 했을 때 5kg이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체질과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수많은 논문을 통해 단식이 단기간에 체중 감량 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단식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강재헌 강북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가 체중을 줄이는 목적은 체지방을 줄여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 등 각종 성인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라면서 "무리한 단식을 장기간 지속하면 지방 대신 근육이 줄게 되면 이런 효과를 볼 수 없고 오히려 체력이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근육은 운동할 때는 물론 쉴 때도 다른 신체조직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근육이 많은 사람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더 날씬해질 수 있지만 근육이 줄면 체중감량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지방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려면 단식이나 지나친 다이어트 대신 지방 섭취를 줄이고 식사량을 3분의 2 정도로 줄이며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니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활동량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장기간 단식을 지속하면 근육량 감소, 영양결핍, 그리고 기초대사량 저하로 인한 요요현상이 문제가 된다"면서 "단식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사람은 살을 뺀 뒤 유지하는 게 어렵다. 요요현상을 막으려면 운동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중강도 이상의 활동을 하루 최소 30분씩 1주일에 5~7일 시행하고, 이를 점차 늘려 주당 250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