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출간
성장에 중독된 사회…빈둥거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보물섬'을 쓴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에세이 '게으른 자들을 위한 변명'에서 바쁨을 '활력 부족의 증상'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산업 자본주의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19세기 말, 그는 "바쁨은 관습적인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삶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기운 없고 진부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했다.

디지털 세상이 된 현대인은 그때보다 더욱 바쁘게 살아간다.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출근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작가 제니 오델이 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원제: How to do nothing)은 이런 자본주의적 연결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책이다.

저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관심 경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확산, 빅 테크가 이끄는 기술혁명의 도래로 노동자들의 경제적 안정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사회안전망마저 부실해지면서 노동시간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등장해 얼마 안 되는 개인의 자유시간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저자는 단호하게 자본주의적 연결망을 끊어내라고 주장한다.

완전히 자본주의 사회를 떠나서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속해서 일하는 삶에서, 남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매일 들여다보는 삶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 대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생태적인 것과의 연결을 통해 삶을 정비하자고 제안한다.

동네 KFC 지붕 위에 밤낮없이 앉아 있는 해오라기를 관찰하고, "전자기기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자"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성장의 수사학'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건강과 생태의 관점에서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는 것은 보통 기생충이나 암 덩어리일 뿐이다.

저자는 무한히 증식하는 분열과 성장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삶의 본능은 순환과 돌봄, 재생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삶을 재건하고, 진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타인의 말소리, 자연이 변화하는 소리, 새가 우리에게 말 걸어오는 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고독과 관찰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고독과 관찰,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느끼는 단순한 즐거움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일 뿐 아니라 삶이라는 행운을 얻은 모든 사람이 가진 양도 불가능한 권리로 여겨져야 한다.

"
필로우. 김하현 옮김. 352쪽. 1만6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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