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가 7일부터 열리는 조선 불교미술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에 전시된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을 쳐다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가 7일부터 열리는 조선 불교미술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에 전시된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을 쳐다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조선 시대 불교미술은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불교 문화가 꽃을 피웠던 통일신라나 고려시대 작품이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숭유억불(崇儒抑佛)’ 시대에 조성된 작품들은 수준이 떨어질 거라고 섣불리 예단하곤 했다. 하지만 말법(末法)시대의 부박한 여건에서도 수준 높은 불교 미술품은 꾸준히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런 ‘숨은 걸작’을 창조해낸 장인은 바로 승려들이었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승려 장인’들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르네상스’를 연 승려 장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대규모 조선 불교미술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이다. 전시는 7일 개막해 내년 3월 6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이 출품된 대규모 조선시대 불교미술전이다. 15개 사찰에서 출품한 54건이 포함됐다. 약 10m 높이의 거대한 불화인 괘불(掛佛)을 비롯해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국보)처럼 불교미술의 정수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시대 불교미술품을 만든 이들은 주로 전문적인 제작 기술을 보유한 출가승인 승려 장인이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을 만든 승려 장인만 366명에 달한다. ‘화승(畵僧)’으로 불린 승려 화가뿐 아니라 ‘조각승(彫刻僧)’이라고 일컫는 승려 조각가들이 공동 작업을 통해 예술성이 뛰어난 불화와 불상을 곳곳에 남겼다. 이들 승려 장인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으며 기술을 전수했다.

승려 장인의 손길이 깃든 작품 중 이번에 처음으로 산문(山門)을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에 활동한 조각승 단응(端應)이 1684년(숙종 10년)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만든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

화승 의겸(義謙) 등 12명이 1729년에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화승 의겸(義謙) 등 12명이 1729년에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붓의 신선’으로 불렸던 18세기 전반기 화승 의겸(義謙)이 1729년(영조 5년)에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보물),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華蓮)이 1770년(영조 46년)에 그린 ‘송광사 화엄경변상도’(국보)도 처음으로 서울에서 전시된다. 성보(聖寶)로 공경받으며 산문 밖 나들이가 드문 불교미술 걸작들이 한데 모인 드문 자리다.

작품성으로 볼 때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비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동시대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의미가 깊은 작품도 적지 않다. 조각승 단응이 만든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1681년),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信謙)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같은 걸작들이 대표적이다.

1622년(광해군 14) 제작된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은 조각승 현진(玄眞)을 비롯해 전국의 승려 장인 17명이 협업해 만든 기념비적인 불상이다. 승려 장인이 공동으로 불상과 불화를 제작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조선 불교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 △그들이 꿈꾼 세계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유수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 후기 조각승은 1000여 명이고, 화승은 2400여 명에 달했다”며 “이처럼 많은 수의 승려 장인이 활약했던 이 시기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르네상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