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브레이커부터 치킨까지 '계급론'…무엇이 소비에 줄을 세웠나
비쌀수록 잘 팔리는 명품…'베블런 효과' 누린다
몽클레어 아르무아즈 패딩

몽클레어 아르무아즈 패딩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패딩 브랜드를 소개한 '2020 패딩 계급도 in DPG'란 제목의 게시물이 등장해 화제를 낳았다. 해당 콘텐츠는 2020년 제작된 것으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의 패딩 제품을 줄을 세운 게 골자다.

해당 문서에선 몽클레르, 나이젤 카본 등 고가 해외 브랜드 제품은 '우리집 가보'와 '대물려 입어' 분류로 나눴고, 국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는 '막 걸쳐' 분류에 속했다. 일부 누리꾼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이 '계급'을 나눠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료=다나와플레이그라운드 홈페이지 캡쳐

자료=다나와플레이그라운드 홈페이지 캡쳐

4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패딩 계급도'는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가 자체 온라인커뮤니티인 '다나와플레이그라운드(DPG)'용으로 제작한 상품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다. 다나와는 패딩뿐 아니라 명품코트, 남자지갑, 여성 명품백 등을 주제로도 '2020 계급도 in DPG 시리즈를 선보였다.

다나와 관계자는 '계급도' 시리즈에 대해 "과거 스마트폰의 성능 및 인기 척도를 가늠하는 자료로 '스마트폰 계급도'가 온라인상에서 유행해 제품의 등급 및 성능 수준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형태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계급도'에 대한 소비자의 비판이 제기됐다는 지적에 해당 관계자는 "등급과 계급 구도에 대한 덧글 등의 비판의견이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다나와플레이그라운드 캡쳐

사진=다나와플레이그라운드 캡쳐

그런가하면 온라인 명품 쇼핑몰 '트렌비'는 최근 주요 해외 패션 브랜드를 7종류로 나눈 ‘2021년 명품 계급도'를 발표했다. 자체 검색량과 판매량 데이터 등을 반영해 에르메스가 속한 가장 높은 '엑스트라 하이엔드'부터 '에브리데이'까지 분류를 나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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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소비재에 계급을 나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과시적 소비에 나서는 소비자의 심리가 기저에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생산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부유층(유한계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를 차별화하기 위해 값비싼 상품을 구매하는 과시적 소비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가격이 오르는데도 허영심 또는 과시욕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그의 이름을 따 '베블런 효과'라고 부른다.

명품을 비롯한 소비재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 활용해왔다. 가방과 귀금속 등 고가 패션 브랜드들은 매년 가격을 인상하고 한정판을 선보이는 희소성 전략을 고수해왔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부러움을 받는 이른바 ‘하차감’이 중요한 고급 자동차도 같은 맥락의 전략을 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인증샷’을 즐기는 MZ(밀레니얼+Z)세대의 등장과 함께 이같은 흐름이 강화됐다는 진단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베블런 효과는 결국 허영과 과시욕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기업들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패션업계가 타격을 입었지만 SNS 인증샷 유행 영향을 받는 골프웨어의 경우 호실적을 내는 추세가 이같은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사회의 경쟁 문화가 물건을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치열한 학력경쟁 등을 거친 소비자들이 남들이 원하는 고가의 물건을 구입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고 SNS 등에서 인정받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원하는 좋은 물건을 구했을 때 '득템한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도 경쟁을 거치는 한국 사회의 일면을 담고 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이은희 교수는 이어 "SNS의 경우 겉모습만이 담기는 만큼 소비자들이 남들이 갖기 어려운 물건을 올려 주목도를 얻으려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소비자의 자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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