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언바운드

브래드 스톤 지음 / 전리오 옮김
퍼블리온 / 832쪽│3만3000원

'아마존 제국' 일군 제프 베이조스
관료주의 싹 제거…성장·민첩성 유지
서점서 AI·클라우드까지 사업 무한확장

"직원들에겐 성과 쥐어짠 냉혈한 CEO"
화려함 뒤엔 숱한 실수와 실패도 있어
제프 베이조스는 1994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교외에 있는 단층집 차고에서 조촐한 규모의 온라인 서점을 준비하며 아마존의 첫발을 내디뎠다. /퍼블리온 제공

제프 베이조스는 1994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교외에 있는 단층집 차고에서 조촐한 규모의 온라인 서점을 준비하며 아마존의 첫발을 내디뎠다. /퍼블리온 제공

아마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아마존이 뭘 하는 회사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이도 흔치 않다. 글로벌 시가총액 선두를 다투는 아마존은 월마트, GE, 폭스바겐과 달리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모든 것을 파는 가게(everything store)’로 불리는 아마존처럼 외부인이 보기에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회사는 없다. 과연 아마존은 어떤 회사이며, 어떻게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아마존 언바운드》는 아마존이 짧은 기간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과 베일에 가려진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경영자로서 진면모를 파헤친 책이다.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 블룸버그 등에서 20년 넘게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2010년 말부터 코로나19 팬데믹까지의 최근 10년을 중심으로 아마존의 성장사를 상세하게 되짚었다.

무엇보다 책은 커진 덩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관료주의의 싹을 자르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탈피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아마존의 기업문화에 주목한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성장 속도가 늦춰지고, 조직의 민첩성이 둔화하며, 지도자의 판단이 흐려지는 ‘실패의 굴레’를 아마존이 어떻게 피할 수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책마을] 끝없는 변신으로 '영원한 젊음' 유지하는 아마존

아마존은 끊임없이 변신해온 기업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팔고, 판매한 상품을 즉시 배송하며, 자신들의 데이터센터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이 소유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을 가정까지 스트리밍한다. 로봇 제조사인 동시에 거대 언론사와 식료품 체인까지 소유하고 있다. 주력산업은 불과 5년 새 전자책 단말기 ‘킨들’에서 인공지능(AI) 스피커 ‘알렉사’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바뀌었다.

아마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고객 속에 파고든 기업이기도 하다. AI 음성 스피커를 앞세워 고객의 현관을 넘어 거실까지 들어갔다. 구글이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알고, 페이스북이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안다면 아마존은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다. 기업조직이 고객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장 속도도 남다르다. 1994년 시애틀 동부 교외에 있는 침실이 3개 딸린 단층집의 꽉 막힌 차고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책에서 시작해 CD와 DVD, 장난감, 전자제품 등으로 취급 상품군을 저돌적으로 확장했다. 2018년 아마존프라임 회원만 1억 명을 넘어섰다. 실적 개선에 발맞춰 시총도 2011년 800억달러에서 2012년 1200억달러로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사상 최초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아마존 제국’을 일군 베이조스는 일찍부터 두 얼굴을 지닌 존재로 주목받았다. 샘솟는 아이디어와 창의력, 사업의 본질을 간파하는 통찰력과 강력한 추진력을 겸비한 경영자이자 냉혹한 시선으로 직원들을 정신없게 만든 냉혈한 독재자가 혼재된 모습이 세인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직원들이 불안에 떨어도 혈관에 마치 얼음물이 흐르는 듯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 냉철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깊이 각인됐다. 그는 항상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하라고 다그쳤다. 직원들은 항상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고, 빡빡한 마감 일정은 끊임없이 내부에 하달됐다. 자원의 제약이 지략과 발명을 낳는다는 신념에 따라 인력과 예산은 항상 제약을 받았다. 그의 얼굴은 수많은 결점과 상흔의 ‘흉터’로 가득했다. 그는 기업이 타성에 젖는 상황을 피하고자 끊임없이 기업을 재편하고, 고정비용을 줄이고, 조직의 규모를 축소했다. 베이조스가 상시로 조직에 칼을 대면서 직원들은 ‘고무망치로 얻어맞은 개미처럼’ 몸부림을 쳤다. 자연스럽게 아마존의 명성이 높아진 만큼 그 이면에는 각종 얼룩이 뒤덮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 중 한 명인 베이조스조차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의 삶은 거대한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기도 했다. 돈줄이 말라 ‘아마존닷밤(Amazon.bomb)’으로 불리며 파산 일보 직전에 몰리기도 했다. 아마존이 투자한 수많은 스타트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거액을 주고 인수한 기업들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2004년 진출한 중국 시장에선 1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물러났다. 규제당국, 정치권과의 마찰은 끊임없이 그를 짓눌렀다.

저자에 따르면 아마존이 걸어온 길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결과와 달리 험한 비포장도로였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어리석은 실책도 많았다. 아마존과 베이조스는 항상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산에 지도도 없이 떨어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곳에서 그들은 언제나 멈추지 않고 달렸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깊은 정글을 벗어나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강물이 돼 유유히 흐르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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