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아케인’. 넷플릭스에서 지난 7일 공개된 이후 호평받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아케인’. 넷플릭스에서 지난 7일 공개된 이후 호평받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지난 7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 ‘아케인’이 새로운 열풍을 만들어냈다. 공개 하루 만에 46일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아케인은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가 PC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수많은 LoL 유저를 포함해 일반 대중에게 호평받았다. 공개 직후 1주일 동안 세계 시청자들이 3417만 시간 동안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고, 3주가 지난 지금도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케인 공동 제작자인 크리스티안 링케와 알렉스 이는 “지난 6년간 수많은 크리에이터의 노력으로 탄생한 아케인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 기쁘다”며 “시즌 2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아케인은 독특한 배경과 세계관을 내세우고 있다. 선진 문명을 갖춘 지상도시 필트오버, 가난하고 피폐한 지하도시 자운을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곳에선 새로운 마법 기술과 신념들이 충돌하고, 인간의 욕망과 의지 등이 한데 뒤섞인다. 주인공은 LoL의 인기 캐릭터인 바이, 징크스 자매다. 이들의 갈등이 얽힌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은 이를 뛰어난 3차원(3D) 기술력으로 표현해 몰입감을 더했다.

애니메이션 ‘울트라맨’의 아라마키 신지 감독은 아케인에 대해 “3D로 잘 구현한 인물과 배경이 매우 돋보였고, 게임을 하지 않는데도 곧바로 감정이입이 된다”며 “상상 속 세계를 조명했는데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연의 감정이 전해진다”고 호평했다.

흥행 비결로는 오랫동안 진행해 온 스토리텔링 작업이 꼽힌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이머와 대중 모두 즐길 수 있는 적정선을 찾기 위해 6년에 걸쳐 작업했다. 라이엇 게임즈의 니콜로 러렌트 최고경영자(CEO)는 “스토리 전개 속도 등을 균형감 있게 맞추기 위해 수차례 다시 쓰고 제작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작업이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자체 투자로만 진행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콘텐츠를 80~90% 제작하기 전까지는 온전히 자체 투자만으로 진행했다”며 “만족할 만한 수준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고 확신한 뒤에야 다른 플랫폼 등 파트너사들에 선보이고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긴 원작 지식재산권(IP)의 힘도 컸다. 수많은 게임 유저는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입소문을 내왔다. 공개 두 달 전에 먼저 선보인 2분30초 분량의 공식 트레일러 조회 수는 한 달여 만에 1500만 뷰를 돌파했다. 지난 10여 년간 LoL과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을 합치면 누적 플레이어 수는 6억 명에 달한다.

라이엇 게임즈가 다양한 문화사업을 통해 쌓아온 경험도 빛을 발했다. 이들은 그동안 음악, 전시, 공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사업을 펼쳤다. 가상의 걸그룹 ‘K/DA’를 만들었고, 지난 4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선 국내 최초로 게임 콘서트 ‘LoL: 디 오케스트라’를 열기도 했다.

시즌 1의 흥행에 힘입어 시즌 2 제작에도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즌 1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넷플릭스에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