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인기
서른 살 여성들의 삶과 우정 그려 호평
지상파서 다루기 어려운 '술' 소재도 이색적
활발해진 OTT 콘텐츠 전쟁, 무기 된 오리지널 IP
'술꾼도시여자들' /사진=티빙 화면 캡처

'술꾼도시여자들' /사진=티빙 화면 캡처

앙숙인 예능프로그램 PD 강북구(최시원 분)에게 온종일 들들 볶인 걸로도 모자라 작가 후배들은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신나게 내 험담을 하다 걸렸다. 회사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지난 시간들이 어딘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술 메이트'들이 떠올랐다. '적시자'라고 저장된 단체 대화방을 열어 소주를 먹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하트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그 누구도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대학생 때부터 인연을 다져온 안소희(이선빈 분), 한지연(한선화 분), 강지구(정은지 분)는 그날 밤도 어김없이 뭉쳤다.

CJ ENM의 OTT서비스인 티빙이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에피소드 중 일부다. 서른 살 절친 여성들의 우정과 삶, 성장을 그린 이 드라마는 최근 가장 '핫'한 작품으로 꼽힌다.
'술꾼도시여자들' /사진=티빙 화면 캡처

'술꾼도시여자들' /사진=티빙 화면 캡처

솔직하고 털털한 다소 평범해보이는 안소희, 예쁜 얼굴로 언제 어디서나 관심을 한 몸에 받지만 백치미가 넘쳐 흐르는 반전 매력의 한지연, 터프하고 거친 성격을 지녔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강지구 세 사람이 모여 아침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여러 회차에 걸쳐 등장한다.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는 오가지 않는 서른 살 여성들의 술자리. 과연 어떤 부분이 재미있게 느껴진 것일까. 시청자들은 개성 있는 캐릭터, 과감한 소재, 공감과 해방감을 주는 스토리 등을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유튜브와 SNS 영상을 통해 '술꾼도시여자들'에 빠지게 됐다는 30대 여성 시청자 A씨는 "처음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캐릭터 별로 특징이 뚜렷한데, 성격이 완전히 다른 세 사람이 친하게 어울려 노는 모습과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건 '술방'이다. 기존 지상파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운 술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여성 사회인들의 생활에 접목시켰다. 30대 남성 시청자 B씨는 "지상파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를 과감하게 그려내 더욱 끌렸던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OTT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술꾼도시여자들' /사진=티빙 화면 캡처

'술꾼도시여자들' /사진=티빙 화면 캡처

술자리에 등장하는 안주를 찾는 재미도 있다고. 드라마에서는 닭발부터 도가니수육, 감자탕, 양고기수육, 계란말이, 민어회 등이 술상에 먹음직스럽게 올라온다. A씨는 "양고기수육이라는 메뉴가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서 실제 판매하는 가게를 찾아보기도 했다.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종 블로그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술꾼도시여자들' 속 음식에 대해 언급한 글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방송 초반에는 음주를 조장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기도 했지만, 방송 후반부로 가면서 각 인물들의 성장 과정이 비추어지며 스토리 전개에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회사, 사랑, 가족 등의 키워드로 치열하게 술잔을 부딪히는 이들의 입에서는 어느덧 "적시자", "마시자"와 함께 "힘내자"라는 말이 나왔다.

시청자 C씨는 "여성 중심의 작품이라는 점도 매력이 컸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에서 여성은 소모적인 경향이 컸는데, 반대로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여자들의 사회생활과 우정, 성장 과정 등을 과감하게 그려낸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흥행은 티빙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술꾼도시여자들' 5, 6화 공개 후 티빙의 유료 가입 기여 수치는 전주 대비 178%나 증가했다. 7, 8화가 공개된 후에는 해당 수치가 전주 대비 3배 이상 또 오르며 일일 가입 기여 최고를 달성했다.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 가입 기여 1위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술꾼도시여자들'의 흥행에 주목하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OTT들은 방송 채널들을 온라인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한계를 탈피하고, 해외 OTT들과 경쟁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한 플랫폼의 개념을 넘어 콘텐츠사로서의 영향력까지 넓혀가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티빙의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고 유료 가입자를 증대시키기 위해 오리지널 제작 및 마케팅 전력을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환승 연애'에 이어 '술꾼도시여자들'까지 흥행에 성공했다.

오리지널 IP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OTT들의 콘텐츠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선두를 선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김성령 주연의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선보여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얻고 있는 웨이브는 지난 5월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개발을 위해 자회사 스튜디오웨이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제작사 NAK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체결, 예능·드라마 IP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웨이브는 K팝 아이돌과의 협업이 활발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레드벨벳을 시작으로 슈퍼M, NCT 드림, 더보이즈, 아이콘, 하이라이트, 소녀시대 태연·샤이니 키 등과 제작한 리얼리티 및 예능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내놨다.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이어서 디즈니 플러스에 애플tv, 쿠팡플레이까지 서비스되기 시작하면서 OTT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그 안에서 국내 OTT들이 자체적인 브랜딩화에 성공하고 효과적으로 소구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힘이 절대적이다. 또 인기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가입자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전략 및 안정적인 제작 기반, 기획력 등도 중요해진 시점이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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