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과 머스크 ‘부의 원천’은 시간 관리
외딴섬에서 14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빠삐용은 무죄를 확신했다. 꿈속에서 대면한 심판관들에게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인생을 낭비한 죄!”라고. 빠삐용이 흐느꼈다. “그래 맞다. 유죄다, 유죄….”

고전 영화 ‘빠삐용’의 한 장면처럼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간과하기 일쑤다. 인간의 삶에 가장 밀접하게 얽혀 큰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사람들은 쉽게 무시한다. 시간을 비용으로 여기는 사람조차 흔치 않다.

버핏과 머스크 ‘부의 원천’은 시간 관리
《당신의 1분은 얼마인가》는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의 시간 관리 프로그램을 요약·정리해 소개한 책이다. 원저는 중국의 유명 컨설턴트가 중국인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저자의 이름을 가린다면 ‘중국적’인 특색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간 관리’라는 보편적 내용을 효과적으로 다룬 까닭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은 일찍부터 시간의 가치에 주목한 각종 수업을 해왔다. 이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며 “시간은 돈이다”고 설파했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시간을 다시 챙겨본 효과는 작지 않았다.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이들은 시간을 귀하게 여겼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무한하다고 착각하는 시간이 실제로는 유한할 뿐 아니라 가장 소중한 자원이란 점을 간파했던 이들이 큰 부를 일궜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라고 해도 하루에 주어진 시간이 25시간일 수는 없다. 그 대신 그들은 늘 시간의 효율을 중요시하고, 자기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범인과의 차이를 벌렸다. 또 시간에 대해 경건한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한시도 느슨해지거나 태만한 법이 없었다.

시간을 잘 다룬 이들은 시간의 양에 집착하지 않고, 제한된 시간의 질을 향상하는 데 집중했다. 초 단위로 시간을 데이터화하고, 시간의 가치를 화폐로 매기는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각 업무에 드는 시간을 계산한 뒤 5분 간격으로 나눈 계획표에 업무를 배치했다.

‘시간 관리 제1원칙’은 일상의 모든 일에서 매시간의 가격과 비용을 계산하는 습관을 들인 것이었다. 시간을 계량화해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얼마나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며, 시간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살아왔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수지가 맞는다고 생각했던 일도 시간 비용을 꼼꼼히 따져 계산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다. 1달러를 아끼려고 30분 동안 줄을 선다든지, 택시비가 아까워서 세 정거장을 걸어가는 일은 때에 따라 귀중한 시간을 버린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 시간을 보면 휴식도 달리 느껴진다. 경제학에선 휴식도 비용이다. 일을 포기하고 얻은 휴식의 기회비용은 크다. 성공한 사람들이 휴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저자는 시간을 관리하고 그로부터 투자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생산성이 가장 높은 일을 찾아 집중하라고 권고한다. 시간 관리의 대상도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시간이 관리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관리해야 하는 대상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일 뿐이다.

계획을 짤 때는 반드시 일정 시간을 따로 빼놔야 한다. 처리해야 하는 의외의 사건이 꼭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정된 시간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타인의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또 시간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시간은 액체처럼 끊임없이 흐른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불가역적(不可逆的)이다. 이 세상의 모든 부(富)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의 결과물이다. 부가 창출되고 축적되는 데는 그만큼의 시간이 응집될 수밖에 없다. 제한된 시간을 잘 다룬 이가 부자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당겨쓰지도 못하고, 미뤘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도 없는 시간을 탐구하다 보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과도 절로 거리가 멀어진다. 현명한 사람은 부가 하룻밤 사이에 생기거나 한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반면 시간에 무지한 이는 부든 시간이든 벼락부자처럼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그런 방법만 찾아다닌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한 사람들에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원자폭탄보다 무섭다”고 표현한 시간의 보복이 가해진다.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무심히 흘려보낸 1분 1초가 더는 예전처럼 보이지 않는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수많은 진리를 담고 있는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