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24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한 ‘15~21일 주간 글로벌 톱10’ 순위에서도 4348만 시청시간을 기록해 비영어권 TV 프로그램 부문 1위에 올랐다. 해외에선 ‘부산행’ ‘반도’ 등을 통해 쌓아온 연 감독의 세계관이 독특하고 참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 감독은 25일 화상 인터뷰를 하고 “하루 아침에 1위가 됐다고 해서 어리둥절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분도?’라고 할 정도로 많은 분이 연락을 주셔서 감사했어요. 지옥이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이런 장르를 즐겨 보는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고만 여겼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분이 작품을 봐 주셔서 정말 신기합니다.”

총 6부작인 이 작품은 연 감독이 최규석 작가와 함께 만든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혼란을 틈타 발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힌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등이 열연했다.

“인간에게는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히 정해져 있잖아요. 그 종착지를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 나가는지가 중요하죠. 이 작품은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관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1~3회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세계관이 생소하기도 하고, 그 세계에 빠져드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옥은 장르적으로도 다소 낯선 ‘코스믹 호러’에 해당한다. 코스믹 호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에 갑작스레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을 다룬다. “코스믹 호러는 미스터리는 미스터리한 채로 남겨놓고, 그 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현실성 있고 정교하게 표현해야 해요.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제약에도 ‘오징어 게임’을 잇는 글로벌 흥행을 이룬 비결에 대해선 ‘결궤(決潰)’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결궤’입니다. (둑 따위가) 조금씩 금이 가다가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뜻하죠. 한국 콘텐츠들이 최근 세계적 사랑을 받는 것은 10여 년 전부터 세계 시장이란 벽에 천천히 균열을 내왔고, 마침내 그 둑이 무너져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옥 시즌 2도 제작될까. 그는 “지난여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데 내년 하반기 만화로 먼저 선보이고 영상화는 그다음에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는 ‘정이’라는 작품으로 협업을 이어간다. 이 작품엔 강수연, 김현주 등이 출연한다. “이전 작품과는 결이 다른 SF영화예요. 짤막한 단편소설을 한 편 쓴다는 느낌으로 색다른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