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의 황제' 게르기예프가 선보이는 카리스마 담긴 선율
현존 지휘자 중 누가 최고냐고 묻는다면 답이 엇갈리겠지만, 가장 인기 있는 지휘자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지휘자가 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68·사진)다.

코로나19 이전엔 매년 150여 회의 음악회를 열었고 차이콥스키 콩쿠르 조직위원장,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명예회장,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예술감독 등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예술훈장을 받은 나라가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등 7개에 달한다.

‘이쑤시개’라 불릴 정도로 가늘고 짧은 지휘봉을 휘저으며 청중을 열광시키는 게르기예프가 24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음악회를 연다.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 내한공연’으로, 이날 오후 2시와 8시 두 차례에 걸쳐 공연한다. 낮 공연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과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를 들려준다. 저녁에는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에 이어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을 선사한다.

게르기예프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원숙한 작품 해석으로 세계를 평정한 지휘자다. 그는 레닌그라드음악원(현 상트페테르부르크음악원)을 졸업하고 1976년 옛 소련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한 이듬해 카라얀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4세였던 그해 키로프극장(현 마린스키극장) 부지휘자로 임명됐고, 11년 뒤 수석지휘자로 선임됐다. 옛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인 1988년에는 러시아 고전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마린스키극장의 재도약을 이끌었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마린스키극장에선 그에게 ‘마린스키의 표트르 대제(大帝)’라는 별칭을 붙였다. 오페라, 발레, 교향곡 등을 섭렵한 그는 세계로 뻗어나가 ‘지휘계의 차르’로 불린다. 1995년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13년을 일했고, 2007부터 8년 동안 세계 3대 악단으로 꼽히는 영국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서 악단을 이끌었다. 현재 독일 뮌헨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번에 함께 오는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러시아 마린스키오케스트라 현악 수석을 주축으로 2009년 창단된 악단이다. 내한 공연은 처음이며, 현악 주자들이 모두 17~18세기에 제작된 고(古)악기를 사용한다. 경매가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비롯해 과다니니, 아마티, 고프릴러 등을 연주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