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의 초상

김세원 지음
미다스북스
368쪽 | 1만7000원
[책마을] AI와 인간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

인간이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해온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밀랍 날개로 하늘을 날고자 했던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는 인간 능력 향상에 대한 오랜 열망을 잘 보여준다. 근대 이후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자와 의학자들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할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현대 바이오 기술과 컴퓨터 기술은 인간의 신체적·지적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의 주요 능력이 현재의 한계를 월등히 뛰어넘어 더 이상 인간으로 부를 수 없는 미래 인간을 ‘포스트휴먼’이라고 한다. 의식과 기억을 인공지능(AI) 로봇이나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늙고 병들어야 하는 신체가 인공장기,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 이런 모습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H G 웰스의 《우주전쟁》 같은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의 주제로 많이 다뤄져 왔다.

김세원 고대미래포럼 회장은 《포스트휴먼의 초상》에서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의 인간을 담은 영화를 통해 포스트휴먼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탐구한다. 그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등 고전이 된 영화들부터 ‘휴먼스’ ‘얼터드 카본’ 등 최신 TV 시리즈까지 SF 대표작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에 나타난 16개의 캐릭터를 통해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포스트휴먼의 모습과 특징을 분석한다.

저자는 먼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 존재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블레이드 러너’의 레이첼,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루, ‘AI’의 데이빗은 자아를 가진 로봇들이다. 이 캐릭터들은 인간과 외모가 같고 인간의 감정을 느낀다. 오히려 인간들은 지나치게 냉혈한이거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공각기동대’의 구사나기 소령, ‘트랜센더스’의 윌, ‘얼터드 카본’의 다케시 고바치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인간을 다룬다. 자신의 몸을 바꾸고 정신이 네트워크를 타고 옮겨 다니기도 한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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