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밭 위의 점심, 코스로 즐겨볼까
지난 2일 충북 충주의 한 사과 농원. 숲속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제철 과일로 만든 카나페와 웰컴티로 입맛을 돋운 뒤 나무 아래 놓여진 파티 테이블에 착석했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애플 앤드 힐링 팜파티’. 갓 딴 사과로 만든 각종 음식을 맛보며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자는 취지다. 사과가 들어간 샐러드, 피자, 사과 강정·약과 등 메뉴도 눈에 띄었다. 한 행사 참석자는 “하늘이 보이는 숲속에서 정성스러운 음식을 맛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도심속 맛집, 패스트푸드가 지겨워진 도시 사람들에게 팜파티(farm party)가 새로운 ‘즐길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홈파티를 즐기던 인파들의 발걸음은 소규모 농장으로 향하고 있다. 과거의 시골 농장들이 단순히 장터를 열어 먹거리를 시식·판매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에서 즐기는 미식 경험

일부 소규모 농장에서 지인들 위주로 열던 ‘팜파티’가 새로운 문화로 재조명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이후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심 속 레스토랑보다 시골의 한적한 농장은 한결 심신의 안정과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연 친화적이고 소박한 생활 양식을 추구하는 ‘킨포크 라이프’가 유행하면서 파티 기획자·플래너 등이 투입되는 전문 팜파티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1호 팜파티 전문 기획 업체인 김은영 팜파티아 대표는 “기획력과 마케팅이 부족해 생산물을 널리 알리지 못하는 농가가 많다”며 “팜파티는 영세한 농가와 도심의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매력적인 연결 고리”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녹차밭에서는 녹차를 활용한 ‘티 다이닝’을, 광양의 매실 농장에서는 제철 매실을 활용한 ‘매실 팜파티’ 등을 성황리에 열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식재료 맛만 보는 게 아니라 농장 투어, 쿠킹 클래스 등 관련 액티비티가 어우러진다”고 소개했다.

와인을 만드는 농가에서는 프랑스 보르고뉴 지방의 어느 와이너리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충북 영동 금강에서 약 1.8㎞ 떨어진 ‘영동블루와인펜션’에서는 블루베리 생과를 수확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블루베리로 담근 와인과 과일 카나페를 곁들어 와인 족욕도 즐길 수 있다. 진경석 영동블루와인펜션 대표는 “날씨가 좋은 5~10월에 가족이나 친구 등 서너 명 단위로 찾아와 즐기는 이용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팜파티 지역별로 즐겨요

농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주도 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푸른초장농원’을 운영하는 임병로 대표는 지난해 자격증을 취득, 정식 ‘팜파티 플래너’가 됐다. 임 대표는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해 새로운 힐링 방식을 소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팜파티를 직접 즐겨 보고 싶다면 팜파티 플래너와 전문업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거나 농촌 마을을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강원 영월의 팜파티 전문 공간 ‘밭멍’에서는 ‘시고레바트로(시골의밭으로)’라는 팜파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 옥수수로 팝콘을 만들수 있다. 인천 강화군 국화리팜랜드에서는 ‘팜 카바나’로 불리는 농가 숙박시설에 머무르며 가마솥 백숙을 조리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강원 평창 어름치마을은 농촌에서 차박을 체험하는 ‘밤 소풍’을, 충북 보은의 기대리선애빌마을은 숲속에서 오감 체험과 명상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정소람/정지은 기자/최병일 여행전문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