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네오 라우흐·로사 로이 부부 2인전
신라이프치히 화파 대표작가가 보여주는 회화의 참맛
사진과 영상 등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고 대규모 설치미술 등이 유행하면서 한때 "회화는 죽었다"는 말이 나왔다.

전통적인 방식의 평면 회화가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회화의 종말론이었다.

위기도 있었지만 회화는 장구한 역사를 이어가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한때 위태롭던 회화의 부활에는 독일 라이프치히 출신 화가들도 한몫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옛 동독에서 라이프치히 화파는 외국의 다양한 사조와 거리를 두고 회화의 본질에 집중한 사실주의 화풍을 이어갔고, 독일 통일 이후 그 전통을 이어받은 신 라이프치히 화파가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작가인 네오 라우흐(61)와 그의 아내 로사 로이(63)의 작품을 소개하는 2인전 '경계에 핀 꽃'이 강서구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오는 28일부터 열린다.

개막을 앞두고 25일 스페이스K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오 라우흐는 "작가로서 초기에는 나도 추상을 그리는 등 현대미술의 대세에 따르려고 노력했지만 내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지 신경 안 쓰고 내 길을 가기 시작해 나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회화는 죽었다는 말을 무시하기로 했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화란 가치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자신의 중심으로 이끄는 표지판"이라며 "그것이 회화와 화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신라이프치히 화파 대표작가가 보여주는 회화의 참맛
두 사람의 작품에는 신화적인 풍경부터 중세,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가 나타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도 넘나든다.

오랜 시간 함께 보내며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각자의 세계관은 뚜렷하다.

네오 라우흐는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그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팀 아이텔, 틸로 바움게르텔 등과 함께 신 라이프치히 화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 무대에서도 명성이 높다.

구상과 추상이 혼재된 그의 작품은 사람과 풍경, 각종 오브제가 뒤섞여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사 로이는 베를린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뒤 라이프치히에서 본격적으로 예술을 공부했다.

역사적인 요소를 작품에 녹이는 네오 라우흐와 달리 로사 로이는 여성의 형상을 전면에 내세워 여성의 강한 주체성을 드러낸다.

네오 라우흐는 "특정한 시대를 그리기보다는 어떤 시대 역사를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과 섞는 작업을 한다"며 "마치 꿈처럼 현재와 과거가 섞인 시간을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로사 로이는 "내 목표는 여성과 남성의 인권이 모든 곳에서 동등한 위치에 놓이는 것"이라며 "평등이 가장 큰 목표이고, 여성 형상을 그림으로써 그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두 사람이 함께 그린 '경계'라는 작품도 선보인다.

부부가 체스를 두듯 번갈아 그린 작품이다.

마치 소란스러운 서커스 무대를 연상케 하는 작품은 한 작가의 작품처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협업 작품에 대해 두 사람은 "처음에는 특별한 의도 없이 진지하지 않게 탁구처럼 시작했는데 종이를 받을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며 "앞으로 협업 작업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6일까지.
신라이프치히 화파 대표작가가 보여주는 회화의 참맛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