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상을 바꾸는 색…컬러풀, 원더풀
“컬러(color·색)는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고, 기운이 솟게 하거나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고, 지루하게 하거나 차분하게 해 줄 수도 있고, 만족이나 절망을 선사할 수도 있고, 불편하게 하거나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는 컬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할 뿐 우리는 수많은 색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늘 컬러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의 하늘색을 보고 입을 옷과 스케줄을 결정하고, 그날의 무드에 따라 다른 색의 셔츠나 립스틱을 꺼내들지 않는가.

컬러가 갖는 힘은 최근 더 강력해지고 있다. 과거의 컬러가 단순히 외면을 꾸미는 도구, 또는 시선을 끌기 위한 배경이었다면 요즘은 사람과 사물이 가진 ‘본연의 컬러’가 주목받고 있다. 개인별 ‘찰떡’ 컬러를 진단해 주는 퍼스널 컬러 테스트는 요즘 젊은 층 사이에 가장 핫한 트렌드다. 일반인도 마치 연예인이 된 것처럼 본인의 퍼스널 컬러에 맞춰 화장을 고치고, 정치인은 퍼스널 컬러에 맞는 색의 타이를 맨다.

내면의 컬러를 들여다보는 색채 심리 상담 ‘컬러테라피’, 일러스트를 직접 색칠해 보는 ‘컬러링 북’ 등은 새로운 힐링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컬러가 가진 이미지가 언어의 영역을 넘어선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컬러를 통한 마케팅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백색 가전’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컬러의 조합을 시도한 ‘비스포크’ 시리즈, 나올 때마다 다채로워지는 아이폰의 컬러를 떠올려 보라. 소비자는 이제 기능이 아니라 컬러로 아이템을 선택한다. ‘퍼플섬’ 신안, ‘옐로시티’ 장성군, 컬러를 통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9년 영국의 베스트셀러 《컬러의 힘》의 저자 캐런 할러는 “컬러는 그저 장식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컬러는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시키고 웰빙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며 단시간에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속에 잊었던 일상의 활기를 ‘컬러’의 힘으로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강력하고도, 색(色)다른 처방전이 될지 모른다.

정소람/정지은/이수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