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강동지역서 1천여 년 전부터 생산…길고 좁은 줄기에 단단한 육질 특징
3월 말∼5월 말 제철…어민들 "국으로 푹 끓이면 진가 맛볼 수 있어"
[알쏭달쏭 바다세상Ⅲ](37) 파도 맞을수록 더 쫄깃해지는 울산 돌미역
"거센 파도에 단련된 돌미역은 푹 끓여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
미역은 울산의 대표 해산물로 꼽혀도 손색이 없다.

울산에서 바다와 접한 지역인 북구, 동구, 울주군에서는 모두 맛 좋은 미역을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북구 강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돌미역은 울산의 대표 특산품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돌미역은 일명 미역바위라 불리는 곳에 붙어 자라는데, 해녀들이 직접 채취하는 방식으로 수확된다.

강동 지역은 해안을 따라 암반이 많이 발달해 있어 미역이 붙어 성장하기 좋다.

이곳 돌미역은 지역 이름을 따서 '강동 돌미역', '정자 돌미역'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쫄쫄이 미역'이라고도 한다.

[알쏭달쏭 바다세상Ⅲ](37) 파도 맞을수록 더 쫄깃해지는 울산 돌미역
줄기가 길고, 잎과 줄기 폭이 좁고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또 질감이 단단하다.

강동 앞바다는 수심이 얕고 물이 맑은 데다 일조량이 많아서 미역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다.

특히 거친 물살이 미역의 육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오래 끓여도 풀어지지 않고 쫄깃함이 유지된다.

어민들은 바위에 '탁'하고 부딪치는 파도를 많이 맞은 미역일수록 더 상급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곳의 돌미역은 역사도 깊다.

문헌에 따르면 태조 왕건이 고려를 개국할 때 협조한 울산 박씨 시조 박윤웅이라는 인물에게 미역바위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북구 판지마을 앞바다 속 미역바위는 '양반돌' 혹은 '박윤웅돌'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1천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미역이 생산됐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지금도 이 바위에서는 미역이 채취되고 있다.

[알쏭달쏭 바다세상Ⅲ](37) 파도 맞을수록 더 쫄깃해지는 울산 돌미역
돌미역으로는 다른 음식보다도 역시 국을 끓이면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일단 가정에서는 소유하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냄비를 꺼내거나 가능하다면 큼직한 솥을 준비하는 게 좋다.

미역을 넉넉히 넣고 기본 한 시간에서 그 이상 팔팔 끓이면 된다.

돌미역 특성상 오래 끓여도 쉽게 퍼지지 않기 때문에 쫄깃한 식감이 유지되고, 깊은 맛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기호에 따라 소고기나 가자미, 황태, 조개 등을 넣어도 되는데, 어민들은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오로지 미역과 조선간장, 참기름만 넣고 국을 끓여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추천한다.

북구 판지마을에서 미역을 파는 한 어민은 "끓이면 끓일수록 돌미역 자체에서 조미 성분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다른 재료를 넣을 필요 없이 미역만으로 맛을 낼 수 있다"며 "깔끔한 맛이 일품이고, 식어도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양소가 많다고 알려진 미역귀도 별미로 즐길 수 있다.

부각으로 만들어 밥반찬으로 먹어도 되고, 기름에 살짝 튀겨 설탕을 뿌리면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알쏭달쏭 바다세상Ⅲ](37) 파도 맞을수록 더 쫄깃해지는 울산 돌미역
매년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북구 어촌마을에서는 어민들이 수확한 미역을 말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보통 4월을 가장 좋은 수확 시기로 본다.

어민들은 매년 11월 미역이 자라는 바위에 붙은 패류나 규조류 등을 제거하는 '기세작업'을 해서 미역 포자가 잘 붙을 수 있도록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