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다 탄다, 얼른 뒤집어라!"

어느날 한 스님의 이런 잠꼬대에 승방(僧坊)이 뒤집어졌다고 합니다. 2019년 출간된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민족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지난 30여년동안 경북 김천 청암사에서 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승가대학은 전국 사찰로 출가한 이들이 정식 스님이 되기 전 4년간 기본 교육을 받는 곳입니다.
'출가하세요' 인터넷·신문 광고까지…위기의 불교계
이 책을 보면 '중물 들이기'(절에서 쓰는 용어입니다)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한 방에서 공부하고 잠자는 공동 생활은 기본. 도토리를 주워서 까고 체에 거른 뒤 묵을 쑤고, 가마솥에 밥을 짓는 등 사회에 있을 땐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배워 나가야 하지요.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수행 그 자체일 겁니다.

스님 되기가 이렇게 어렵기 때문일까요.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하는 사람이 갈수록 급감하면서 불교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불교계가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출가자를 '공개 모집'하는가 하면, 단기출가학교와 시니어 출가 제도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법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출가자는 131명에 그쳤습니다. 집계를 처음 시작한 1991년에는 517명이었고, 불과 2010년만 해도 출가자 수는 287명에 달했지요. 하지만 2016년(157명)부터 100명대로 급감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불교계에서는 "행자(갓 출가한 수행자)보다 절집 수가 더 많아지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요.

출가자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저출산이 꼽힙니다. 예전 가난했던 시절에는 입을 덜기 위해 자식을 출가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밥을 굶는 사람도 드물 뿐더러 자식이 귀한 시대입니다. 한 스님은 "자식이 여럿일 때는 한 명쯤 승려가 된다고 해도 내버려 뒀는데, 이제는 하나뿐인 내 자식이 승려가 된다고 하면 부모들이 보따리 싸들고 다니며 말린다"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도 이유는 많습니다. 다만 근본 원인은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종교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존경받는 종교인이 줄어든 데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해 말 한 유명 스님이 빚은 '풀소유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인이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수행 과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과거 사람보다 현대인이 나약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예전과 달리 밥을 굶거나 폭력에 노출되는 등 사회에서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을 일은 많이 줄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는 등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요즘 행자'들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는 거지요.

물론 출가자 수가 많다고 좋고, 적다고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죠. 1995년 448명이었던 출가자 수가 외환위기 때문에 2000년 528명으로 반등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불교는 우리 역사와 전통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축이고, 이런 차원에서 보면 불교의 구조적 위기는 불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산사를 지킬 사람이 없어져 문화유산 보존도 어려워질 겁니다. 어쩌면 사제가 부족해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신학생이 성당을 지킨다는 유럽의 선례를 따라갈 수도 있겠네요.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