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한힌샘 주시경 선생, 한글 연구의 선구자
올해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5년째 되는 날이다. 이날을 우리가 ‘한글날’이라고 부르며 기념하게 된 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낸 한힌샘 주시경 선생의 노력이 있다.

주시경은 1876년 황해도 봉산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한문을 배웠으나 단순한 암기에 그치는 학습방식에 회의를 느끼면서 신학문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됐다. 1894년 상경한 주시경은 배재학당에 입학해 서양 학문과 한글을 공부했다. 배재학당 시절 최초의 순한글 신문인 ‘독립신문’ 교열 담당을 지냈으며, 졸업 후인 1907년엔 대한제국이 세운 국문연구소에 참여해 음운 연구와 국어 문법, 맞춤법 등을 정리하면서 국어학 연구의 기초를 다졌다.

‘한글’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바로 주시경이다. 1912년 발표한 《소리갈》이라는 저서에서 한글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암클’이라는 비하적 단어나 ‘언문’이라는 한자 단어 대신 순우리말 단어를 고안한 것이다. 국권이 넘어간 뒤에도 활발한 저술·학술 활동을 펼치던 주시경은 39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조선어연구회(오늘날 한글학회)가 1926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배포일을 ‘가갸날(한글날)’로 제정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