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비인간적 시스템·과한 상업화…K팝의 뒷모습
K팝이 이룩한 눈부신 성과에 대한 상찬은 차고 넘친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 음악시장을 정복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국내 음악시장도 탄탄하다. 한국만큼 음악시장에서 국내 뮤지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는 드물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성장을 이어가려면 건설적인 비판도 필요하다.

음악평론가 강일권이 쓴 《K-POP 신화의 그림자》는 제대로 된 K팝 비판서를 표방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저자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 K팝의 ‘아픈 과거’를 들춰낸다. 과거 가요계에 만연했던 표절 문제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인기그룹 룰라의 대표곡 ‘날개 잃은 천사’가 외국 곡을 통째로 베낀 표절 곡인데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나오는 현실을 꼬집는 부분이 통렬하다. “악의적인 표절 곡도 인기 좀 끌었다는 이유로 전설이 되는 현실이라니, 이 얼마나 얄팍한가.”

K팝 신화를 만들어낸 아이돌 육성 시스템도 비판의 대상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비인간적인 단체 생활을 견뎌야 하고, 식생활은 물론 휴대폰 사용 등 극히 개인적인 영역도 통제당한다. 미국의 유력 음악기획사들이 K팝 시스템을 자국에 이식하려 했으나 인권을 중시하는 현지 법과 정서상 도저히 적용할 수 없어 포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인기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한국 힙합이 더욱 상업화되고 자극적으로 변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날 선 비판 중에서는 지나치다 싶은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좋은 게 좋다”며 비판 자체를 꺼리는 최근 음악계 분위기 속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