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웰니스 여행

제주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 한가지. 공항은 북적이는데 막상 관광지는 생각만큼 붐비지 않는다.

하루에 항공과 선박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된 섬이고, 갈 곳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자연히 코로나 상황에도 큰 걱정은 없다.

[여기 어때] 제주에서 '진짜 쉴 곳'을 찾다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다가와 떡하니 우리 곁에 자리 잡은 말이 바로 웰니스(Wellness)다.

구호인 듯 익숙하지만, 이 말이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다.

동어반복 같기도 하고,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하지만, 잠깐 음미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뒤에서부터 '건강하면 행복하고, 행복한 게 잘사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풀어봤다.

결국 '웰빙 여행'이라면 건강한 여행이다.

어딜 가든, 뭘 하든 기대 이상인 제주. '웰니스(Wellness) 여행'은 어떨까.

1박 2일로 돌아봤다.

[여기 어때] 제주에서 '진짜 쉴 곳'을 찾다
◇ '제주901'과 제주힐링명상센터
이름만 듣고는 '제주901'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했다.

비건 푸드와 숙박, 요가 등을 결합한 장소임을 알게 된 뒤에는 다시 901이 무슨 뜻일까 한참 생각했다.

9 다음에는 0으로 비우고 다시 1로 시작한다는 '순환'의 철학적 함의는 단순히 날짜나 번지수는 아닐 것 같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노출 콘크리트가 모던한 느낌을 주는 건물 1층은 요가와 명상으로 이뤄진 '메디 스트레칭' 장소, 2층은 비건 푸드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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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 스트레칭은 매트가 깔려 있고 사방에 통유리가 시원스러운 공간에서 1시간 30분간 요가와 명상이 결합한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호흡법과 유연한 몸의 움직임을 통해 몸과 마음속 찌꺼기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마음과 공기로 내 안을 채운다.

운동 뒤 2층에 올라가면 비건 푸드가 기다리고 있다.

운동은 김성하 대표가, 카페는 부인 최지우 씨가 맡고 있다.

제주비건푸드연구소장이기도 한 최씨는 "동물성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로컬·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개발한 브런치 메뉴"라고 자랑했다.

비주얼도, 맛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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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애월 중산간 지대에 있는 제주힐링명상센터에서는 손쉽게 국궁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원래 국궁은 타깃까지 거리가 145m인데, 이를 15m로 축소하고 활도 큰 힘을 들이지 않도록 개조했다.

자세와 쏘는 방법을 간단히 교육받고 나면 어린이들도 쉽게 쏠 수 있다.

화살이 과녁에 명중했을 때의 쾌감이 몸에 좋은 뇌파를 일으킨다고 한다.

이곳에선 기(氣) 체험을 할 수 있는 널찍한 정원에서 힐링과 명상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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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호텔과 본태박물관
한라산 중산간. 숲으로 둘러싸인 WE호텔은 발을 딛는 순간부터 '힐링'의 이미지를 내뿜는다.

안에는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고, 호텔 밖 주변에 조성된 청정 숲길은 올레길이 부럽지 않다.

메디컬 투어 또는 헬스 리조트를 콘셉트로 한 이 호텔의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 중 싱잉볼 사운드 테라피와 아쿠아 테라피를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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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볼 사운드 테라피는 고요하고 편안한 방에 깔린 매트에 누워 명상과 함께 크리스탈 싱잉볼의 연주를 듣는다.

청아한 싱잉볼 사운드가 몸과 마음을 한껏 이완시킨다.

백미는 아쿠아 테라피였다.

'해암 하이드로'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어머니의 자궁을 형상화한 돔 형식의 풀에서 진행된다.

부유기가 몸을 물 위에 띄우면 물속에서는 수중 스피커를 통해 맑고 투명한 피아노 음악이 어느새 귀에 스며든다.

그다음에 모든 것은 테라피스트가 알아서 해준다.

스트레칭과 지압에 긴장과 피로가 사라진다.

살포시 잠이 들어도 좋다.

25분 동안 몸과 마음은 신세계를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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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본태박물관도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명소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박물관 건물을 보는 순간부터 예술의 여정은 시작된다.

1관부터 5관까지 동선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2관에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불타는 입술', 이브 클라인의 '블루',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 등 걸작이 걸려 있고, 3관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과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을 볼 수 있다.

박물관 옥상과 건물 틈 사이로 멀리 보이는 신비로운 산방산의 모습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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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오름 자연휴양림과 파파빌레
숲은 어딜 가나 어머니의 품 같다.

'숲에 안긴다'는 말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제주에는 360개가 넘는 오름이 있고, 그 주변이 대부분 숲이지만, 서귀포시 표선면 붉은오름에 있는 자연휴양림은 한라산이 지척이어서인지 유독 포근하다.

50년이 넘은 삼나무가 빽빽한 길을 걷다 보면 곰솔, 개서어나무, 산뽕나무, 좀깨잎나무, 쥐똥나무, 졸참나무 등 이름도 정겨운 나무들과 눈맞춤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살짝 마스크를 내리고 청량한 공기를 한껏 들이켜 보자.
휴양림 산책길에서 나무데크 계단을 15분쯤 올라가면 붉은오름 정상의 파노라마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여기 어때] 제주에서 '진짜 쉴 곳'을 찾다
제주의 자연휴양림이 나무 숲이라면, 조천읍에 있는 테마공원 파파빌레는 돌 숲이다.

땅속에 있던 검은 현무암의 기기묘묘한 형상을 자연 그대로 보여주는 파파빌레는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제주의 숨은 명소다.

한반도 지도, 백두대간 형상의 흙용, 4방신, 제주 사람들의 얼굴 모습을 한 수석 5천 점 등 자연이 빚은 작품들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현무암 숲은 신선한 음이온을 대량으로 뿜어냅니다.

앞으로 파파빌레가 으뜸가는 웰니스 관광지가 되도록 할 겁니다.

" 자연치유학을 연구한 신방식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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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개협동조합에서 하는 제주 농촌체험
제주 귀농·귀촌이나 과일 농사, 아니면 그냥 농촌 체험활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남원읍에 있는 폴개협동조합을 가보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타지에서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으로 유기농 블루베리와 감귤 농장을 운영한다.

블루베리를 이용해 잼이나 케이크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곳의 감귤 나무를 분양받으면 1년간 1그루의 감귤 나무를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수확철에 먹고 남을 만큼의 감귤을 택배로 보내주고, 언제든 가면 '내가 소유한' 나무에서 주렁주렁 열린 감귤을 따 먹을 수 있다.

[여기 어때] 제주에서 '진짜 쉴 곳'을 찾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2021 제주 웰니스 관광지'로 '자연·숲 치유'(4곳), '힐링·명상'(3곳), 뷰티·스파'(1곳), '만남·즐김 치유'(3곳) 4개 분야에서 11곳을 선정했다.

어디든 찾아가서 체험해 보자. '진짜 휴식'과 함께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 어때] 제주에서 '진짜 쉴 곳'을 찾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