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첫 장편 '1차원이 되고 싶어' 출간…정체성 자각한 10대 퀴어 이야기
젊은작가상(문학동네) 대상과 신동엽문학상(창비)을 받은 박상영의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지난해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전반부가 연재되며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400쪽이 넘는 묵직한 분량으로 완성됐다.

작품의 배경은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한 지방도시 D. 남들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 10대 퀴어(성 소수자) ‘나’의 이야기를 그렸다. 또래 친구 ‘윤도’와의 가슴 저릿한 사랑, 자유분방한 ‘무늬’와 나누는 동경 어린 우정을 나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부동산 가격과 학군으로 구획된 당시 아파트 단지의 생활상, 숨막히는 대입 경쟁과 비뚤어진 폭력으로 가득한 학교생활, 그 시대를 함께 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면면이 살아 숨쉰다.

그동안 청춘 세대의 사랑과 이별을 그려온 작가는 첫 장편에서 ‘10대 시절’이라는 생애의 한 시작점으로 시선을 돌려 지금 여기에 우리를 있게 한 근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깊은 내면에 묻혀 있던 그 시절의 어두운 기억까지 남김없이 길어 올려 환희와 고통의 순간을 체험하게 하는 성장 소설이다.

박 작가는 26세 때 직장생활을 시작해 잡지사, 광고대행사, 컨설팅회사 등을 거쳤다. 직장 생활 중 2016년 단편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2019년 중편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 같은 해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로 제11회 허균문학작가상, 올해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으로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작가로 《대도시의 사랑법》 영어 판권을 출판사 틸티드 엑시스 프레스가 사 갔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을 받은 데보라 스미스가 세운 출판사다.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번역서를 주로 출간한다. 최근엔 미국 출판전문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올해 가을 주목할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