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공저자 박권일 '한국의 능력주의' 출간

오늘날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공정과 능력주의(Meritocracy)다.

'과정에서 공정하다면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문제가 없다'는 능력주의 논리에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출간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짚은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국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사회도 '능력이 우월할수록 더 많은 몫을 갖고, 능력이 열등할수록 더 적은 몫을 갖는 것'을 절대적으로 당연시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와 함께 '88만원 세대'를 쓴 박권일 사회평론가는 저서 '한국의 능력주의'(이데아 펴냄)에서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의 능력주의를 파헤친다.

저자는 능력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평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나쁘다고 말한다.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당연시함으로써 불평등을 재생산한다고도 지적한다.

저자는 "능력주의의 핵심 기능은 불평등이라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 결과 불평등으로 가야 할 문제의식은 모두 불공정 논란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는 것이다.

책은 2017년 서울교통공사가 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자 '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이들의 정규직화에 분노하는 글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 사례 등을 통해 능력과 공정을 살펴본다.

공채시험이란 '공정'한 절차에 합격한 '능력'을 갖지 않은 이들에 대한 차별(불평등)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이를 거스르면 불공정하며 '무임승차' 또는 '역차별'이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능력, 노력, 일의 사회적 가치, 경제성장에 대한 개인의 기여 등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실제 기여가 아닌 합격 당시의 성적에 따라 특권을 부여받는 '시험주의(testocracy)'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한국 능력주의의 핵심적 특징으로 '시험을 통한 지대추구의 정당화'를 꼽으며 공채 시스템과 승자군 독식의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책은 능력주의의 대안들도 제시한다.

비정규직에게 고용불안정성을 보상하는 수당이나 군복무에 대한 보상 상향, 고시를 통한 입직 관행 폐지, 부의 과도한 축적을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참여 또는 기여에 따라 소득을 지급하는 참여소득제 등을 언급한다.

저자는 "능력주의의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불평등을 판단하는 더 정의롭고 효과적인 원칙을 마련해 정당하지 않은 불평등을 실제로 해소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며 "능력주의의 대안은 곧 불평등의 대안이며 더는 당연하지 않은 크고 작은 특권들을 해소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역설한다.

344쪽. 1만8천 원.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