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의 시대 (Exponential)

과학기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지만
인간 사고방식은 여전히 구식에 머물러
기업·정치 시스템 등 반영 속도도 느려
'기술 격차' 라는 새로운 갈등 생겨나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뛰는 인간 위에 나는 과학기술

빈부 격차, 소득 격차, 세대 격차, 의료 격차, 학력 격차, 그리고 성별 격차. 최근 들어 부쩍 더 자주 ‘격차(gap)’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각종 사회적 격차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 바이오테크의 발전은 또 다른 사회적 격차를 확산하고 있다. ‘기술 격차’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격차다. 많은 사람이 과학기술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제는 기술 격차가 만들어낼 새로운 갈등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치 있고 시의적절한 책.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인류 역사에 대한 부지런하고 포괄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중요하다.” 선데이타임즈를 비롯해 영국 주요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은 《기하급수의 시대(Exponential)》는 엄청나게 빠른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그것에 대처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아짐 아지하르는 20만 명 이상이 정기 구독하고 있는 영국 최고의 과학기술 분석 플랫폼 ‘익스포넨셜 뷰(Exponential View)’의 창립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 스타트업 투자자다.

책은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인 것에 비해 인간은 아직 선형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변화의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지만 인간은 여전히 성문화된 법률, 무언의 사회적 규범, 전통과 습관, 안정적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미래에 대한 인간의 예측이 빈번히 빗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통신회사들은 최초의 휴대폰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통신회사 AT&T는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휴대폰 시장의 미래 규모를 예측해달라고 요청했다. 맥킨지는 각종 자료를 분석해 미국 휴대폰 시장이 2000년까지 90만 명의 가입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2000년 미국에서는 1억 명 이상이 휴대폰을 소유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뛰는 인간 위에 나는 과학기술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팅 회사조차 미래 예측에 있어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선형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으로 기하급수적인 과학기술의 속도를 예측하려 하기 때문이다. 1984년 당시 음성통화만 할 수 있었던 벽돌 크기의 모토로라 휴대폰 가격은 3995달러(약 450만원)였지만, 단 20년 사이에 정보통신 기술 발전은 어마어마했다. 2000년에 휴대폰은 단 몇백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고, 속도와 기능 역시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뛰는 인간 위에 나는 과학기술

책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는 이미 ‘기하급수의 시대’에 진입했다. 더 빠른 컴퓨터, 더 나은 소프트웨어, 더 방대한 데이터 사이에서 우리는 지금 기술이 끊임없이 가속화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 환경과 정치 시스템 등 인간이 구축한 세계는 너무 느리고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그 결과 새로운 과학기술 수준과 우리가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 사이에는 ‘기하급수적인 격차’가 생겨버렸다. 아지하르는 이 기하급수적인 격차가 비즈니스 현장의 심각한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면서, 라이프스타일과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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