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를 즐기는 새로운 법…17가지 특수부위 숯불구이
‘닭 한 마리에 이렇게 많은 부위가 있나’ 싶었다. 허벅지, 엉덩이, 종아리살부터 간, 심장, 꽁지까지…. 토종닭 한 마리를 칼로 갈라 떼어낸 17가지 부위는 선분홍빛을 띠며 예술작품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치느님(치킨+하느님)’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서울 용강동 ‘이박사의 신동막걸리’는 ‘치킨 공화국’인 한국에서도 낯선 닭 특수부위를 파는 곳이다. 토종닭을 17가지 부위로 나눠 숯불에 구워준다. 간, 심장, 꽁지 등 ‘하드코어’한 특수부위까지 한입 크기로 내어 온다. 국내 최초의 ‘닭 오마카세(맡김차림)’ 집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원영 씨(48)는 일본 ‘야키도리(き鳥·닭꼬치)’에 영감을 받아 지난해부터 닭 특수부위를 팔게 됐다. 그는 “한국인이 한 해 소비하는 닭고기양은 세계적 수준인데, 한국에서 다양한 닭 부위를 활용한 음식이 발달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며 “닭 오마카세는 일본의 야키도리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의 닭요리는 그동안 먹어 온 닭고기 맛과 확연히 달랐다. 처음 맛본 부위는 닭가슴살. 한입 크게 베어 물자 진한 육향이 입안에 먼저 번졌다. ‘퍽퍽하다’고 느껴지는 시중 닭가슴살보다 육질은 더 탱탱했다. 씹을수록 살이 지닌 고소한 맛이 올라왔다.

맛의 비결은 닭의 크기에 있다. 이곳은 1년 이상 키운 토종닭만 식탁에 내놓는다. 크기는 35호로 시중에서 즐겨 먹는 닭(10호)보다 3~4배 더 크다. 보통 10호 닭은 한 달 정도 자라면 출하된다. 사육 기간이 워낙 짧아 다리, 몸통, 내장에 살이 충분히 붙지 않는다. 닭 하나를 토막 내 양념에 버무린 닭볶음탕, 닭갈비 같은 요리가 한국에서 주로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1년 이상 큰 토종닭은 부위별로 살이 두툼하게 붙어 있다.

1년 이상 몸집을 불린 토종닭에게서 나온 내장은 살만큼이나 일미였다. 겉면만 살짝 구운 두툼한 심장은 부드럽게 씹히면서 진한 닭향을 뿜었다. 토종닭의 모래집을 한입 깨물자 깍두기 씹듯 ‘아삭’하는 소리가 먼저 났다. 몇 번 더 씹으니 진한 맛이 느껴졌다. 일반 시중 닭에선 아예 먹지 않고 떼어내는 꽁지는 지방이 똘똘 뭉쳐 소고기 대창처럼 고소한 맛이 났다.

여느 고기와 마찬가지로 토종닭도 굽는 방식이 중요하다. 이원영 씨는 겉면만 살짝 익힌 ‘미디움 레어’를 추천했다. 그는 “잘 자란 토종닭을 부위별로 하나씩 숯불에 구워 먹으면 그동안 몰랐던 닭의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