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초대 종정 효봉스님 법어집 첫 대중서로 출간
선승이 귀한 시대…대중이 함께 읽는 '효봉노트'
'절구통 수좌', '판사 중 ', '늦깎이 중'으로 불렸던 효봉스님의 법문집이 대중서로 처음 발간됐다.

효봉스님(1888∼1966)은 일본 와세다대 졸업 후 판사로 10여 년을 일하다 서른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금강산 신계사로 출가했다.

그는 사형 판결에 대한 깊은 회의에 법복을 벗어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뒤늦은 나이에 출가한 만큼 스스로 감당하고자 했던 수행의 무게는 더할 수밖에 없었고, 한번 앉으면 엉덩이 살이 헐어 그 진물이 방석에 달라붙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효봉스님은 생전 선지식으로 존경을 받았다.

그는 1937년부터 10년간 조계산 송광사 삼일선원에 주석하며 '제2의 정혜결사'를 준비했다.

해방 후에는 교단의 수행 결사운동이 본격화했을 때 해인사 가야총림 초대 방장으로 추대됐다.

한국불교는 그를 구심점으로 수행 교단의 모습을 갖춰 갔고, 1962년 통합종단으로 조계종이 새로 출범할 때 초대 종정에 올랐다.

선승이 귀한 시대…대중이 함께 읽는 '효봉노트'
그는 1966년 밀양 표충사에서 세수 79세, 법랍 42년으로 입적했다.

이번에 발간된 법어집에는 1948년 7월 해인사 하안거 해제 법문부터 1960년 1월 동화사 동안거 해제법문까지 약 40여 편의 상당법어가 수록됐다.

상당법어는 법당 중앙의 법좌에 올라 거행하는 설법으로, 초하루나 보름, 입제, 해제 등 특별한 날에 이뤄진다.

효봉스님의 법어집은 제자들이 기록해둔 자료를 토대로 그간 두 차례 출간된 바 있으나, 대중이 보기에 무리가 있는 데다 10여 년 전 절판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불교서적을 내온 어의운하 측은 스님의 제자들에게 법어집 출간의사를 전했고, 선승의 상당법어는 반세기를 넘겨 이렇게 대중과 만나게 됐다고 한다.

책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한문 표기를 생략했다.

출판사 측은 "독자들은 법어를 읽으면서 70여 년을 거슬러 효봉스님의 음성을 듣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지식이 귀한 시대에 이 책이 선(禪)의 울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선승이 귀한 시대…대중이 함께 읽는 '효봉노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