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공간, 세 개의 흥미로운 이야기…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삼각형의 무대에 침대와 화장대, 탁자가 놓여 있다.

이곳은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10년의 간격을 두고 세 개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미국 시카고의 렉싱턴호텔 661호이다.

지난 15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는 이 살인사건을 다룬 흥미로운 이야기 세 개가 연이어 펼쳐지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가 시카고를 장악했던 시대의 이야기를 '로키'(Loki), '루시퍼'(Lucifer), '빈디치'(Vindici) 세 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1923년과 1934년, 1943년에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코미디와 서스펜스, 하드보일드의 각기 다른 장르로 그려냈다.

먼저 카포네의 활동기인 1923년을 배경으로 하는 '로키'는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코미디물이다.

시카고의 유명 클럽에서 로키쇼를 하는 쇼걸 롤라 킨이 잊어버린 사건의 기억을 찾아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그의 기억 속에는 죽음과 거짓이 가득하다.

이 에피소드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 한 명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한다는 점이다.

롤라 킨 역을 제외한 다른 두 명의 남자 배우는 롤라 킨의 부모, 호텔 벨보이, 약혼자, 애인, 경찰, 카포네 조직원 등으로 시시각각 변신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화려한 춤과 노래, 애드리브 연기도 볼거리다.

하나의 공간, 세 개의 흥미로운 이야기…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서스펜스 장르인 '루시퍼'는 카포네가 앨커트래즈 감옥에 수감된 1934년을 배경으로 카포네 패밀리의 2인자 닉과 아내 말린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닉의 욕망은 점차 변질해 가고, 한 번 작동된 이상 다시는 멈출 수 없는 조직의 시스템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진다.

끊임없는 전화벨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빈디치'는 긴장감에 반전까지 보여주는 하드보일드 장르다.

청렴한 경찰이었던 빈디치가 상관으로 인해 아내를 잃고 렉싱턴호텔 661호에 머물며 복수를 계획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빈디치의 속마음을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점이 특징이다.

하드보일드이지만 피가 튀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각 에피소드에 10년이란 간격이 존재하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관람해도 무리가 없다.

세 가지 이야기가 독립적이고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카포네 트릴로지'는 에피소드마다 배우 세 명이 올드맨, 영맨, 레이디로 등장해 극을 이끌며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연기한다.

레이디는 '로키', 올드맨은 '루시퍼', 영맨은 '빈디치'의 주인공이다.

올드맨은 이건명·고영빈·박은석, 영맨은 송유택·장지후·강승호, 레이디는 홍륜희·소정화·박가은이 맡는다.

배우에 따라 달라질 극의 재미와 분위기도 관람 포인트다.

각 에피소드는 약 60분간 진행된다.

세 편을 한꺼번에 보려면 3시간 40분(휴식 시간 2회 포함)이 걸리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연은 11월 21일까지. 17세 이상 관람가.

하나의 공간, 세 개의 흥미로운 이야기…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