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1952~1953년 작 ‘봄의 아동’
이중섭의 1952~1953년 작 ‘봄의 아동’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유지된다. 고향에 가기 어렵다면 추석 연휴를 예술을 통해 심신을 재충전하는 계기로 삼아 보는 건 어떨까. 한국 미술의 정수를 펼친 전시들부터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랜선 전시’까지 다양한 전시가 연휴 내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수준 높은 전시 풍성

최근 국민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전시는 뭐니뭐니 해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국민 화가’를 비롯해 한국 미술의 근간을 구축한 거장을 만날 수 있는 ‘역대급 전시’이지만 예약이 어려운 게 흠이다. 관람일 2주 전부터 전시 예매가 시작되는데 몇 초 만에 표가 모두 매진되기 일쑤다. 간혹 취소 표가 나오기도 하니 관심이 있다면 예매 홈페이지에 틈날 때마다 접속하는 수밖에 없다.

취소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못지않은 깊이를 자랑하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덕수궁관의 ‘DNA: 한국 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가 대표적이다. 전시장에서는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 35점, 근현대 미술품 130여 점, 자료 80여 점을 통해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 대표작을 비교하며 한국적 아름다움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김환기의 1971년 작 ‘19-VI-71 #206’
김환기의 1971년 작 ‘19-VI-71 #206’
예컨대 전시장에 걸린 김환기의 그림 ‘19-VI-71 #206’ 옆에는 1400년대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분청사기 인화문(도장무늬) 자라병’이 놓여 있다. 병 표면에 새겨진 질박하면서도 그윽한 무늬와 김환기의 작품은 영락없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미감을 공유한다. 이중섭의 ‘봄의 아동’과 옆에 놓인 고려 시대의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주전자’도 마찬가지다. 전시 특성상 관련 미술사 등을 미리 공부하고 가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보면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 앞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공동 기획한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고궁과 현대미술의 조화를 꾀한 이 전시에서는 덕수궁의 정원과 현대미술 작품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다. 즉조당과 준명당 앞 정원 괴석과 조각가 김명범의 사슴 조각 ‘원’이 짝을 이룬다. 석조전 정원 잔디밭에선 윤석남이 폐목을 잘라 만든 조각상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 1930년대 어느 봄날’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가 인기리에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이 시리즈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진 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시장에서는 문경원·전준호 작가가 함께 만든 회화와 영상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는데, 역사적 비극과 기후변화 등 현대 한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수준 높은 성찰이 담겼다는 평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과 덕수궁관 모두 연휴 내내 개관한다.

랜선 전시로 집콕 문화생활 즐겨볼까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외출이 꺼려진다면 집에 앉아 ‘랜선 전시’로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부산시립미술관의 ‘오노프(ONOOOFF)’ 전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가상현실(VR)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 홈페이지에 접속한 관람자는 마치 게임하듯 예술품이 전시된 여러 공간을 누비며 작품을 선택하고 관람할 수 있다.

충북 청주시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2021청주공예비엔날레 역시 온라인 전시장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시장 홈페이지에서는 VR과 드론으로 촬영한 전시장 영상, 참여 작가 작품 소개와 인터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열고 있는 초상화 온라인 특별전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도 인기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근대 과학의 선구자 아이작 뉴턴,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등 명사의 초상화를 집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온라인 전시 모두 연휴 내내 24시간 관람이 가능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