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가 1994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조용기 목사가 1994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설립해 세계 최대 교회로 키워낸 조용기 목사가 14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지난해 7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천막교회로 출발…교인 80만여명 교회 키운 '선교의 신화'
울산 울주군 태생인 고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복음을 접했다. 폐결핵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을 때 누나 친구로부터 건네받은 성경책이 계기였다. 1956년에는 하나님의성회 순복음신학교에 입학했고, 1958년 세운 천막교회를 반세기에 걸쳐 현재 교인 수 80만여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교회로 키워내는 ‘선교의 신화’를 썼다.

1958년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가정집 거실에서 처음으로 열린 그의 목회에 참석한 사람은 불과 5명. 집주인이자 훗날 장모가 된 최자실 당시 전도사와 세 자녀, 밭일을 하다 비를 피해 들어온 이웃집 주민뿐이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교세는 빠르게 불어났다. 천막교회는 3년도 안 돼 3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해 1961년에는 서대문으로, 1973년에는 현재의 여의도로 확장 이전을 거듭했다. 여의도에 교회를 짓고 입당할 당시 1만 명이던 신자는 1979년 10만 명, 1984년 40만 명으로 급증했다. 1992년엔 70만 명을 넘어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교회로 이름을 올렸다.

조 목사가 주창한 ‘3박자 구원론’은 고도 성장기 한국 사회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예수를 믿으면 영혼 구원과 더불어 부자가 되는 물질 축복, 건강 축복까지 받는다는 것. 희망적인 설교 내용은 당시 시대정신이었던 ‘하면 된다’ ‘잘살아보세’와 맞아떨어져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했다.

‘방언(方言·성령의 힘으로 무아지경에서 하는 말)’과 ‘신유(神癒·성령의 힘으로 병이 낫는 일)’를 강조한 이른바 ‘뜨거운 목회’ 방식, 서울을 20개 구역으로 분할해 평신도 여성들을 구역장으로 임명하는 등 혁신적인 교회 운영도 교세 확장을 가속화했다. 다만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조 목사의 방식이 한국 교회 전반에 기복신앙과 물량주의를 퍼뜨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조 목사는 1980년대 이후 세계를 돌며 해외 선교에 힘썼다. 199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일간 열린 ‘모스크바 대성회’에는 4만여 명이 참석했고, 1997년 브라질 상파울루 집회에는 150만 명이 운집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 조 목사의 설교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조 목사가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 목사(1918~2018)와 함께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로 꼽히는 이유다.

개신교계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은 이날 추모 성명을 내고 “조용기 목사님은 60여 년간 목회하면서 세계 최대 교회를 이룬 능력의 목회자”라며 “특히 산업화 시대, 실향민들이 서울로 집중되는 변화의 시기에 십자가 복음을 통한 삶의 변화와 긍정적 삶의 가치를 가르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희망으로 세상을 이길 용기를 갖게 했다”고 추모했다.

사회봉사에도 앞장섰다. 1980년대부터 5000명이 넘는 어린이의 심장병 수술을 도왔고, 불우한 청소년과 무의탁 노인을 위한 엘림복지타운을 건립했다. 1999년엔 국내외 구제 활동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굿피플을 창립했고 2007년에는 약 200억원을 들여 평양에 심장전문병원을 착공했다. 그는 생전에 “병원 이름에서 내 이름은 빼도 된다”며 병원 설립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조 목사는 2008년 5월 당회장직에서 물러나 이영훈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이양하고 원로 목사로 일해왔다. 대부분의 대형 교회 설립자들이 담임목사직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세태와 차별화된 행보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은퇴 후에는 2008년 세운 영산조용기자선재단(전 사랑과행복나눔재단)에서 행복나눔운동을 펼쳐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경제적·의료적으로 도왔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은퇴 후에도 막후에서 교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쳤으며, 가족들이 관련 단체를 통해 교회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은 일은 고인의 오점으로 남아 있다.

유족으로는 조희준, 조민제(국민일보 회장), 조승제(한세대 이사) 등 세 아들이 있다. 부인 김성혜 전 한세대 총장은 올해 2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 차려졌다. 15~17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조문할 수 있다.

장례예배(천국환소예배)는 18일 오전 8시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한국교회장으로 치러진다. 하관예배는 이날 오전 10시 장지인 경기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묘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예배에는 가족과 순서자들만 참석하며 신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