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손실 보전·자구 노력 놓고 노사 접점 찾아야
서울지하철 노사 '경영 정상화' 해법은…험로 예고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파업 직전 극적인 타결을 이뤄내면서 산적한 과제를 힘을 합쳐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가 수개월간 교섭 끝에 한 발씩 양보해 어렵게 합의에 이른 만큼 양측은 당분간 합의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고 재정난 타개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인 공사의 재정위기를 회사 내부의 노력만으로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정부의 지원을 조속히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일 공사와 노조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막바지 교섭에서 ▲ 강제적 구조조정 배제 ▲ 노사협의체를 통한 경영 정상화 추진 ▲ 정부에 공익서비스 비용보전 건의 등에 합의했다.

아울러 심야 연장 운행 폐지, 7호선 연장구간 운영권 이관, 임금 동결 등 비용 절감 요소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종착역 기준으로 자정까지만 열차를 운행하고, 인천시에 걸친 7호선 연장구간 운영권을 인천교통공사로 넘기면 그만큼 비용 발생이 줄어 인력 운영에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난다.

이를 토대로 근무와 인력을 재배치함으로써 사측이 애초 추진했던 '인력 10% 감축 구조조정'에 상응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 노사의 목표다.

문제는 공사의 누적 적자 해소방안이다.

실제로 공사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1조1천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공사 재정난의 가장 큰 요인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천368억원에 이르는 무임수송 손실 문제다.

노사가 손실 보전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지만,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나서서 정부에 요구했는데도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정의당 심상정·이은주 의원이 전날 교섭 현장을 찾아 국회에서 진행 중인 무임수송 국비 보전 논의를 노사 양측에 설명하며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는데, 국회 논의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는 공사가 자구노력(구조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사채 발행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공사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실질적인 자구노력으로 받아들일지도 확실하지 않다.

정부가 국비로 보전해주지 않는 이상 무임수송 손실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다른 요인이 조금이라도 더해지면 취약한 경영 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 노사가 코로나19 사태 속에 시민의 발을 묶는 파업까지는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국비 보전에 대한 시민 여론이 우호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노사는 기대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와 행안부가 공사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지원을 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가 합의했으니 그런 점을 감안해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