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역사 인식의 간극 ▲ 한성신보가 기획한 근대 한국의 표상 = 장영숙 지음. 1895년 2월 17일 일본인 아다치 겐조(安達謙藏)에 의해 서울에서 창간돼 일제의 조선 침략 과정에서 선전 도구 역할을 한 한성신보를 분석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한성신보는 일본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지에 따라 고종을 평가하며 조선이 '문명국가 일본의 지도 아래에' 놓여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다. 고종에 대한 학계의 분석과 평가는 중층적이고 복잡해서 한마디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에도 철저하게 일본 정부의 입장에 서서 보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종이 일본이 원하는 방향대로 개항이나 개화 정책을 추진한 시기에는 '전례 없는 개화 군주'라고 칭찬했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에는 '간신배에 둘러싸인 무능한 군주'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지은이는 이 외에도 한성신보가 일본 정부의 외교·군사 노선을 추종하고 선전하면서 조선 침략의 도구로 기능했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조명했다. 역사공간. 316쪽. ▲ 한국과 일본, 역사 인식의 간극 = 와타나베 노부유키(渡辺延志) 지음.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을 계기로 양국 역사 인식의 대립이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아사히(朝日)신문 기자 시절부터 역사 자료 발굴에 천착한 지은이는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는 불법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의 전제를 일본이 왜 수용하지 못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사료를 찾아 나선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1911년까지 이어진 일본군의 의병 학살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가해의 역사
2010년 12월 아프리카 대륙 북쪽의 지중해 연안 국가 튀니지에서 불같이 시위가 일었다. 청년 실업률이 30%를 넘고 굶주리는 사람이 날로 늘고 있을 때였다. 독재자인 벤 알리 대통령 가족이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소식과 노점상을 하던 청년의 분신자살이 더해져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리비아 이집트 예멘 시리아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번진 ‘아랍의 봄’의 시작이었다.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출신인 다큐멘터리 감독 루퍼트 러셀은 <빈곤의 가격>에서 이 사건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끌어내린 1789년 프랑스 혁명과 비교한다. 식량난으로 굶주린 사람들의 불만이 기폭제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중대한 차이가 있다. 바로 식량난의 원인이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빵 가격 상승은 흉작에 따른 결과였다. 곡물 생산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른 것이다. 반면 세계 식량 위기가 발생해 아랍의 봄이 벌어지는 동안 세상에는 먹을 것이 넘쳐났다. 실제로 당시 세계 식량 생산량은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그가 지목하는 범인은 투기 세력이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상품선물현대화법이 통과된 후 원자재 시장이 본격적으로 금융화됐다. 파생상품을 통해 원유, 금속, 곡물 등의 가격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게 쉬워졌다. 책은 2008년 6월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에 출석한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매스터스의 증언을 인용한다. “지수 투기자들은 최근 5년간 누구보다 선물을 많이 매수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지수 투기자는 원자재 인덱스펀드를 매수하는 투자자를 가리킨다. 이런 펀드에 들어간 자금이 2003년 130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여 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윤성여 씨가 풀려난 것은 진범 이춘재가 붙잡힌 2019년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 대한민국 법원은 지난해 “국가는 윤씨에게 18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 돈으로 온전히 보상될 리 없다. ‘어느 날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간다면 어떨까?’ <죄 없는 죄인 만들기>를 쓴 마크 갓시 미국 신시내티대 법학과 교수는 이렇게 묻는다.저자는 미국 연방검사로 일했다. ‘범죄에 맞서 싸운’ 검사로 지내다 형법 교수가 되면서 우연히 켄터키 이노센스 프로젝트라는 단체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로스쿨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국 단위 조직망을 구축하고 잘못된 유죄 판결로 복역 중인 이들을 석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였다.그동안 판결이 틀릴 리 없다고 확신해온 저자는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통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이들을 돕기 위해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설립했고 2022년 현재 39명을 감옥에서 꺼냈다.책의 목차는 모두 ‘눈’과 연관돼 있다. 눈을 가리는 부정, 야심, 편향, 기억, 직관, 터널 비전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죄 없는 죄인을 만들어내는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관행, 정치적 요인, 오판에 관여하는 인간의 심리 결함을 두루 다뤘다. 검찰, 경찰, 재판부, 변호인단 모두 증거와는 상관없이 저마다 자신의 최초 직감을 의심하고 싶지 않은 탓에 ‘터널 비전(시야)’에 갇혀 비이성적인 판단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