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캇컨템포러리서 모레 개막
해양생물 연구실 된 갤러리…마크 디온 개인전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오래된 책상과 철제 캐비닛에는 다양한 해양생물 표본들과 실험 도구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작업대에서는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이를 정밀한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벽면의 원형 창문은 이곳이 선박 내부임을 알려준다.

가구부터 소품까지 20세기 초 해양 선박연구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이곳은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바라캇콘템포러리의 한 공간이다.

미국 작가 마크 디온(60)이 난데없이 갤러리에 연구실을 차렸다.

국내 첫 개인전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에서 그는 독특한 방식으로 해양 생태계의 건강과 해양생물 종 다양성 문제를 다룬다.

자연에 깊은 애정을 예술가 가진 마크 디온은 아마추어 생태학자이자 고고학자, 수집가로 전 세계를 탐험해왔다.

인간이 이룩한 자본주의 사회가 자연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보여주는 작업을 선보이는 그는 진지하고 비판적인 주제에 유머와 아이러니를 곁들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펼쳐낸다.

연구실을 재현한 설치 작품 '한국의 해양생물'은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학문적 성과를 이루던 현장을 상상한 작업이다.

디온의 오랜 예술적 동기인 자연 세계를 향한 경이로움과 애정, 환경 위기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연구하는 해양생물학자의 고뇌를 전달하는 의도로 시작했다.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모은 오브제들이 생생함과 감성을 더한다.

연구원들은 전시 기간 현장에서 해양생물을 그리는 세밀화가들이다.

완성된 그림은 연구실 벽면에 진열된다.

세트와 배우처럼 연극적인 요소가 있지만, 실제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의 일부인 셈이다.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흰색 가운 차림으로 나타난 마크 디온은 "지난 30여 년간 내 작업의 핵심이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라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완성된 작품을 보는 것보다 스튜디오에서 작가가 작업 중인 작품을 보는 게 더 흥미롭지 않나"라고 말했다.

작가는 1980년대부터 박물관이 역사와 지식, 자연 세계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형성해온 기존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탐구해왔다.

'해양 폐기물 캐비닛'은 바다에서 건진 각종 사물을 정교하게 진열한 작품이다.

병뚜껑, 세제 용기, 유리 조각, 플라스틱 부표, 어망, 칫솔, 낚시찌 등 온갖 이질적인 사물을 색과 재료, 형태별로 구분해 진귀한 물건처럼 보여준다.

작가는 한국 민간 환경단체, 공공기관과 협업해 남해안과 서해안 지역에서 해양 폐기물을 수집했다.

그는 1996년 독일 발트해와 북해를 여행하며 수집한 사물들을 전시한 후부터 대형 캐비닛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반도 국가인 한국에도 해양이라는 존재가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했다"라며 "작품을 통해 바다의 건강에 대한 주제와 잊혀가는 바닷속 존재를 드러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해양생물 연구실 된 갤러리…마크 디온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