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의 웹툰 '복학왕'에는 가상의 지방 사립대 '기안대'가 등장한다.

이 대학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지방대 모습을 보여준다.

이 학교에는 행정고시 합격 같은 현수막 대신 "등록금 1위, 자퇴율 1위, 출산율 1위", "03학번 이소정 1종 보통 원동기 면허 합격"과 같은 현수막이 나부낀다.

캠퍼스에는 졸업한 선배가 중국집 배달부가 되어 철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정체불명의 원어민 교수가 "He go(goes의 잘못된 표현) home"과 같은 엉터리 영문법을 가르친다.

만화적 재미를 위해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일부 독자들은 이를 현실로 받아들인다.

이런 내용을 담은 회차에 "진짜 현실적이다"라는 내용이 베스트 댓글로 달렸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과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이 엮은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오월의봄)는 지방대 재학생·졸업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지방대를 둘러싼 불공정'에 대해서 논하는 책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비영리 독립언론 '단비뉴스'와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지방대 위기와 혁신'의 결과물로, '단비뉴스'에 약 2년간 연재된 기사를 묶었다.

책은 학벌사회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내고, 경쟁과 승자독식에 짓눌린 교육 현실을 고발한다.

저자들은 지방대 혐오가 지위 권력 독점(대학), 지역 불균형발전(지방 소멸), 줄 세우기 평가(시험), 교육을 통한 세습(계급), 일자리 격차(직업) 등이 모두 걸려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선, 대학서열에 따라 일자리 질과 생애임금이 달라지므로 학생들은 경제적 불평등의 피라미드에서 한 칸이라도 나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학력과 학벌에 집착하게 된다.

사회적 평가가 더 나은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지방대생들로 인해 편입학원이 늘 문전성시인 이유다.

공연·영화·전시 등을 즐기기 어려운 지방의 빈곤한 문화 인프라와 학원·스터디 그룹, 취업 박람회 등의 기회를 누리기 힘든 부족한 취업 인프라도 문제다.

지방대생들이 지역 공무원 시험에 응하고자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서울에 사는 게 '스펙'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처럼 지방대 소외는 비정규직 등 일자리 격차로 심화한 '경제적 불평등'과 서울 중심의 불균형 발전으로 인한 '지역적 불평등'이 중첩돼 나타난 현상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지방대 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자체의 개혁뿐 아니라 일자리 격차 해소, 증세·복지 확충 등의 경제적 불평등 완화 정책과 국토 균형발전 전략 등 지역적 불평등 완화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296쪽. 1만6천원.
지방대를 둘러싼 불공정…'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