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PD '파격 예능' 전성시대
지난 6월부터 방영 중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환승연애’(사진)는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 영상 조회 수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네이버TV 등에서 공개된 클립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000만 뷰를 넘어섰다.

환승연애는 헤어졌던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파격적이고 참신하면서도, 내밀하고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내 20~30대에 해당하는 MZ세대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을 만든 이진주 PD(35)도 MZ세대다.

이처럼 최근 MZ세대 PD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OTT 예능과 웹예능에서 참신한 소재, 새로운 형식의 연출, 친밀한 소통 등을 내세우며 각광받고 있다. 같은 세대의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국내 영상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승연애의 이 PD는 내용과 형식 등 모든 면에서 기존 프로그램의 틀을 깨뜨리고 있다. 매회 ‘헤어진 연인과 한 집에 살 수 있습니까’ 등 기존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에피소드를 선보이는가 하면, 때론 한 회를 2시간 넘게 방영하기도 한다. 힙합 대표 프로그램으로 큰 흥행을 거둔 ‘쇼미더머니9’의 고정경 PD, 방송 예능 프로그램인 ‘놀라운 토요일’부터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라는 스핀오프(새롭게 파생된 작품)를 만들어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이태경 PD 등도 1980년대생이다.

웹예능 시장도 MZ세대 PD들이 이끌고 있다. 1986년생 김기윤 PD가 제작한 tvND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시즌1은 3300만 뷰를 기록했다. 개그맨 황제성, 양세찬이 출연하는 웹예능 ‘빽사이코러스’는 7년 차에 불과한 1989년생 정무원 PD가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누적 조회 수 2200만 뷰를 넘어섰다.

영상 시장의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건 국내 대표 콘텐츠기업 CJ ENM이다. 2011년 PD 직군을 공채로 모집한 이후 10년 동안 자체 연출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tvN, Mnet 등 CJ ENM 채널에서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는 PD의 82.2%가 MZ세대에 해당한다.

이는 기획력이 뛰어난 신예 PD들에게 경험 많은 작가와 제작진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나영석, 이우정 등 베테랑 PD와 협업하며 실력을 키우게 한 뒤, 빨리 메인 PD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시청자층이 세분화하고 있는 ‘멀티 플랫폼’ 시대에 참신한 기획력을 갖춘 젊은 PD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제작 시스템이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