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200주년 기념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 11월 첫선
최양업 신부의 삶이 오페라로…"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이야기"
"한국 천주교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는 삶 속에 밀접하게 스며들어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있어요.

이 공연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대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이수은 연출은 2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주최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의 성격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길 위의 천국'은 서울부터 산간 오지까지 하루에 최대 100리(약 40㎞)를 걷는 등 천주교를 설파하기 위해 전국을 누빈 최 신부의 업적과 일대기를 다룬 창작 오페라다.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 신부는 조선 후기 한국의 첫 신학생 3인 중 1명으로, 한국 천주교회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사제가 된 인물이다.

라틴어로 된 교리를 우리말로 번역했다.

조선 사회에서 많이 불리던 가사(歌辭) 양식을 차용해 천주가사를 창작했고, 서양 문물과 사상을 국내에 들여왔다.

밖으로는 천주교 박해 실상을 알리고 기록해 조선 후기 사회상, 국내 천주교 사료 수집에 공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최 신부의 성덕을 기려 '가경자(可敬者)'로 선포했다.

가경자는 '공경할 만한'이라는 뜻의 라틴어 'venerabilis'에서 유래했다.

최양업 신부의 삶이 오페라로…"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이야기"
작곡은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은 재독 작곡가 박영희가 맡았다.

박영희는 우연히 읽은 최 신부의 서한집 속에 나오는 라틴어 가사로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하면서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이수은 연출은 무대 구성과 관련해 "조선 시대 양반들이 쓰던 정자관에 흙더미가 쏟아져서 얼어붙은 땅을 형상화했다"며 "천주교의 유입과 함께 갈등이 있었던 조선 시대 상황을 설명하고자 이미지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또 "얼어붙은 땅이 다시 생명력을 갖고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21세기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며 "자세히 보면 갓이 부서져 있는데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 공사현장 같이 토대를 닦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본은 고연옥 작가가 프로젝트 총감독인 청주교구 류한영 신부와 함께 썼다.

최 신부가 스승인 르그레즈와 신부, 리브와 신부와 주고받은 19개 편지가 바탕이 됐다.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7년간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길과 귀국한 뒤 선교를 위해 매년 7천 리(약 2천750㎞)를 걸었던 길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최양업 신부의 삶이 오페라로…"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이야기"
CBCK 사무총장인 이철수 신부는 "최 신부는 삼천리 방방곡곡을 다니며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다 과로와 질병으로 선종한 복음의 증거자"라며 "이 오페라는 최 신부의 삶과 영성을 오늘 우리 안에 되살리고 우리를 그렇게 살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중배 예술감독은 "생전 최 신부가 활동할 때 나이대와 시기, 활동 영역을 생각했을 때 현재 시대의 사람과 비슷한 분들을 출연진으로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최 신부 역은 테너 박지민·김효종이, 여성과 민초를 상징하는 바르바라 역은 소프라노 장혜지가, 최 신부 아버지 최경환 성인(프란치스코) 역은 바리톤 김종표가, 최 신부 어머니 이성례 역은 메조소프라노 양계화가 맡는다.

이 밖에 노이오페라코러스와 디토오케스트라도 함께한다.

공연은 11월 12∼13일 청주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3일 광주 빛고을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최양업 신부의 삶이 오페라로…"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