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수단으로 환경영향평가 비켜가"
미 시민단체, 연방대법원에 오바마센터 건설중단 긴급신청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기념관 건립 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예정보다 4년 이상 늦게 착공했으나 이를 둘러싼 잡음은 그치지 않고 있다.

오바마 재단이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 '잭슨파크'에 '오바마 대통령 센터'를 세우는 작업에 공식 착수한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시민단체 연합이 연방대법원에 공사 중단 명령을 요구하는 긴급 신청서를 냈다고 시카고 언론과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이 19일 보도했다.

시카고에 기반한 시민 환경단체 '프로텍트 아워 파크스'(POP)를 주축으로 한 이들 그룹은 "오바마 재단이 불법적인 수단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비켜갔다"며 "대법원이 오바마 센터 건설 프로젝트의 환경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오바마 측이 건설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나눠 연방·주·시 정부 승인을 얻었다"며 "잭슨파크와 인근 지역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오바마 측이 대체 부지 사용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며 철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대법원이 공사 긴급 중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개발이 제한된 미시간호변의 잭슨파크와 인근의 슬럼화된 흑인 밀집지구 워싱턴파크를 최종 후보지로 올렸다가 결국 잭슨파크를 선택했다.

원고는 "공사가 진행되면 잭슨파크의 핵심 부분과 역사적 자원, 시민 휴식처, 오래된 나무들이 파괴되고 이로 인해 주민 생활환경과 유서깊은 풍경, 야생동물, 철새까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잭슨파크는 1871년 19세기의 전설적인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트 보의 설계로 조성됐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열렸고 1974년 국립사적지로 등재됐다.

POP는 오바마 측이 잭슨파크가 아닌 워싱턴파크에 기념관을 짓는 것이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2018년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 람 이매뉴얼 당시 시장 주도로 시카고시가 오바마 재단에 잭슨파크 8만㎡ 땅을 99년간 단돈 10달러(약 1만 원)에 장기 대여해주기로 한 후 시카고 시와 공원관리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바마 측이 애초 계획과 달리 역대 대통령 기념관 전례를 깨고 오바마 센터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민간시설로 지어 독자적으로 관리·운영한기로 한 점을 들어 "공익이 아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오바마 센터에 시민 자산을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연방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에서 차례로 기각됐다.

POP의 대법원 청원 소식을 들은 오바마 재단 측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재단은 전날 오바마 센터 건립 및 첫해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8억3천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고 밝히고,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SF)과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최소 100만달러(약 11억 원)가 넘는 거액 기부를 추가로 받았다고 시카고 선타임스가 전했다.

오바마 재단은 기부 규모를 '200~10만 달러', '10만1~25만 달러', '25만1~50만 달러', '50만1~100만 달러', '100만 달러 이상'으로 나눠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기 때문에 최대 액수가 얼만큼 올라가는지는 알 수 없다.

재단 웹사이트에 공개된 100만 달러 이상 기부자 명단에는 보잉·포드·나이키,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 등 대기업·재단·개인 122명이 올라있다.

또 밸러리 재럿 재단 이사장은 이달초 오바마의 60번째 생일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팔로워들에게 "오바마 센터 건립을 돕기 위해 생일 축하금으로 6달러 또는 60달러씩을 기부, 십시일반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