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KT 부사장 "일을 통한 성장 꿈꿔라…그게 직장인의 품격"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1000개 이상을 받고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 글만을 모은 책이 나왔다.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사진)이 펴낸 《일의 격》이다. 일에 관한 주제 때문인지 책 앞면은 직장인 페친(페이스북 친구) 288명의 추천사가 즐비하다. 신 부사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올리자 여러 직장인 페친이 응원과 추천글을 써줬다”며 추천사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책은 신 부사장이 2013년 6월부터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가운데 반응이 좋은 글 174편을 모았다. 신 부사장은 “일터에서 성장, 리더로서의 성공, 삶에서의 성숙에 대한 테마를 두고 쓴 책”이라고 소개했다. 매주 읽은 책, 만난 사람, 일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순간순간 메모해 뒀다가 주말에 한두 편씩 올린 글의 집합체다. 신 부사장은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났지만, 기록하지 않고 저장하지 않으니 기억에 없었다”며 “기록했더니 비로소 내 기억이 됐다”고 페이스북 글쓰기의 이유를 이야기했다.

수많은 직장인이 그의 글에 박수치는 이유는 신 부사장의 다양한 경력에 있었다. 서울대 기계설계과를 나온 신 부사장의 첫 직장은 휴렛팩커드(HP). 박사학위의 필요성 때문에 대학원 진학 후 들어간 곳은 삼성SDS였다. 때마침 벤처 붐으로 직장 선배와 함께 창업하면서 스타트업의 어려움도 알게 됐다. 이후 SK 계열 정보보안회사에 들어가 대표이사까지 지낸 뒤 KT에 입사했다. 신 부사장은 “커리어의 대부분은 ‘내 뜻’이 아니라 ‘우연의 연속’이었다”며 “다양한 커리어 때문에 더 많은 직장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을 《일의 격》으로 정한 배경이 궁금했다. 신 부사장은 “서점가에 일에 대한 스킬·처세술만 가르치는 책이 넘쳐나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어떤 태도로 일하는 게 좋을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일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욕심을 내는 품격있는 직장인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신 부사장이 읽은 책의 내용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들려주는 부분이 많다. 가령 ‘보통 사람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란 주제에선 책 《성공의 공식 포뮬러》(한국경제신문)에 나온 ‘S(성공)=r(아이디어)Q(시도)’를 예로 들면서 누구나 꾸준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도 나이 들어 꾸준히 많이 쓰고 많이 시도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신 부사장은 경영자지만 한 주에 책 세 권을 읽는 다독가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는 “많은 사람이 임원이 되고 승진할수록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데, 때론 ‘전략적 무능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무능이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틈’과 ‘쉼’의 시간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 부사장은 주말이면 카페에 홀로 가서 한 주 동안 읽은 책을 정리하거나, 기억나는 경험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갖는다.

‘일 전문가’ 신 부사장의 인생 2막 계획은 뭘까? “회사에 있을 땐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제 삶이 우연이었듯 인생 2막도 지금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부사장의 페이스북 직장인 팔로어는 1만9845명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