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정보기관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에서 모두 활동했던 여성 요원이 쓴 회고록이 번역 출간됐다.

CIA 대테러작전 운용요원과 FBI 특수요원으로 수년간 활동했던 트레이시 월더는 '언익스펙티드 스파이'(플래닛미디어)에 자신의 경험담을 담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3학년 때 교정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CIA 부스를 보고 지원서를 낸 저자는 시험들을 통과해 CIA에서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활동하는 언더커버 요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저자는 버지니아주 랭리의 CIA 본부에 있었다.

CIA에서도 소수 내부자만 아는 비밀공작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 1주일이 지난 때였다.

CIA 본부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소개령이 내려졌지만, 테러리스트들과 훈련 캠프를 감시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저자가 속한 팀은 본부에 남아 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다.

저자는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비행기를 납치하리라는 것과 건물을 폭파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계속 떠돌고 있었지만, CIA의 그 누구도 정확한 장소와 시점에 관한 세부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매일 중동에서 송신된 위성 영상을 판독하면서 알카에다 훈련 캠프를 감시했던 저자는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캠프에서 사라진 인원수는 얼마였지? 얼마나 더 많은 비행기가 테러에 동원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보다 8시간30분 빠른 중동의 한 국가를 감시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야간근무를 했으며, 저자가 일하던 방에는 조지 W.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 관계자나 의원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자문위원은 단골손님이었고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여러 번 왔다고 한다.

테러 발생 석 달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하던 CIA 요원들은 빈 라덴이 토라 보라의 동굴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9·11 이후 처음으로 빈 라덴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1주일에 50시간씩 토라 보라 상공의 영상을 지켜보던 저자가 속한 팀은 빈 라덴을 동굴에서 나오게 하려면 폭격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2001년 12월 3일, 저자가 근무하는 방에는 대통령과 상원의원들도 들락날락했다.

공군이 정확한 곳에 미사일을 꽂아 넣으려면 저자가 속한 팀의 눈이 필요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업무로 공습이 계속되는 56시간 동안 30분씩 교대 근무가 이뤄졌다.

저자는 "56시간이 끝날 무렵 우리는 빈 라덴이 우리의 포위망을 뚫고 도주했음을 알았다.

빈 라덴이 사라졌음을 인정하자 방 전체가 싱크홀처럼 느껴졌고 우리는 진흙탕 속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이 공격을 지원한 모든 이들은 심장이 뛸 때마다 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이 밖에도 책은 중동의 전쟁구역, 아프리카 테러 현장 등에서 신분을 숨기는 CIA 언더커버 요원으로 활동했던 당시 상황을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개인적 사유로 CIA를 그만둔 저자는 2004년 FBI 훈련소 신입요원 양성과정에 합류, 로스앤젤레스로 배치받아 방첩 분야에서 활동하다 조직의 성차별 등에 사표를 내고 FBI도 떠난다.

저자는 결국 교사의 길을 택했으며 젊은 여성들을 교육해서 증오와 폭력이 아닌 자비와 평화가 깃든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 이야기도 전한다.

이승훈 옮김. 312쪽. 1만8천원.
전직 CIA·FBI 여성요원 회고록 '언익스펙티드 스파이' 출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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