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시군 사망 8명·이재민 4천300여명 발생…환경부 등에 대책·손해배상 요구
"정부 용역보고서 구조적 문제만 지적, 책임 주체 불분명"
섬진강 수해 1년 지났지만…책임 규명·배상 갈 길 멀어
지난해 8월 섬진강 범람으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지만 1년째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과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논·밭과 축사가 망가진 수재민들은 배상 및 보상이 늦어지면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정부가 한국 수자원학회 등에 의뢰해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 결과 최종 용역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고 두루뭉술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섬진강 수해 1년 지났지만…책임 규명·배상 갈 길 멀어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해는 기록적인 폭우, 섬진강댐의 홍수조절 용량 부족, 하천 관리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당시 댐 홍수조절 용량이 3천만㎥로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 수해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혔다.

유역 면적이 유사한 합천댐은 섬진강댐보다 2.6배 많은 8천만㎥, 용담댐은 4.5배 많은 1억3천700만㎥로, 섬진강댐의 총저수량 대비 홍수조절 용량은 전국 평균 17.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5%에 그쳤다.

당시 이틀간 섬진강 상류 강수량은 356㎜, 중류는 399㎜로 상류는 50년에 한 번, 중류는 200년에 한 번 올 정도로 많았다.

조사위원회는 댐 방류가 하류 침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홍수조절 용량 부족으로 인한 부득이한 조치였고 최근 강수량 증가세를 반영하지 못한 기존의 규정을 어기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른바 기관이나 사람의 과실은 없고 기존 제도가 문제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다만 댐 수위를 평소보다 6m가량 높게 유지한 점, 방류 3시간 전에야 관계 기관에 통보해 주민 대응이 어렵게 한 점, 수해가 난 78개 지구 상당수에서 제방이 부실해 물이 넘치고 배수 기능 불량으로 물이 역류한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이미 8월 6일 태풍 북상이 예고됐고 7일 밤 폭우로 댐 수위가 급격히 올라갔음에도 뒤늦게 댐 방류량을 급증시켜 침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8월 6일 초당 196㎥를 방류하다가 7일 오후 10시 587㎥, 8일 오전 7시 30분 985㎥, 8일 오전 8시 30분 1천405㎥, 8일 오후 4시 1천868㎥ 등으로 방류량을 늘린 점을 지적했다.

일부 조사위원들도 섬진강댐 방류로 피해가 가중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데도 이를 통해 피해가 얼마나 커졌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빠져있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섬진강 수해 1년 지났지만…책임 규명·배상 갈 길 멀어
수해를 본 전남·전북·경남의 7개 시·군은 손해배상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 환경부에 '섬진강댐 하류 지역 주민 소요 사항 대책 요구서'를 제출했다.

전북 순창군·임실군·남원시, 전남 곡성군·구례군·광양시, 경남 하동군에 따르면 이들 시군은 지난해 8월 8일 섬진강댐 방류로 사망 8명, 이재민 4천362명, 주택 2천940가구 침수, 4천여억원 피해를 봤다.

이들 시군은 자체 조사 결과 수자원 공사 섬진강지사가 61차례의 호우·홍수특보, 태풍 '하구핏' 등에도 홍수기 예비방류 등 댐 안전을 위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시군은 올해 태풍 북상 전까지 댐 홍수기 제한 수위 하향 설정, 섬진강홍수통제소 부활, 홍수 예방·조절 시설 설치, 수해 주민 손해 배상 방안 등을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섬진강 수해 1년 지났지만…책임 규명·배상 갈 길 멀어
지난해 전체 가구의 10% 이상이 침수 피해를 본 구례 주민들도 별도로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수해 피해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구례 주민 1천818명은 손해사정 자문 결과를 토대로 1천42억원의 피해 배상 신청을 했다.

섬진강 수해 극복 구례군민 대책본부 관계자는 "정부를 믿었지만 아직 5평짜리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 거주 중인 수재민도 있다"며 정부의 조속하고 합당한 피해 배상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