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전차경주부터 현대 축구까지
5년을 갈고닦은 선수들의 살과 근육이 부닥치고, 땀과 눈물로 감동의 드라마를 쓴 2020 도쿄올림픽이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국가와 민족, 종교를 뛰어넘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도 재확인하게 된다. 올림픽의 열기와 더불어 인류가 얼마나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책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김동욱의 독서 큐레이션] 인류는 언제나 스포츠에 열광했다

《로마 전차 경기장에서의 하루》(배은숙 지음, 글항아리)는 황제부터 노예까지 로마제국의 일상을 지배하던 ‘질주의 문화’를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책이다. 전차 경주는 가장 많이, 가장 마지막까지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은 스포츠였다. 국고 지원을 받는 공적인 행위이기도 했다. 354년 로마시에서 축제가 열린 176일 중 64일간 전차 경기가 치러졌다. 보통은 하루 12회 경주가 열렸지만, 때에 따라 40~100회까지 늘기도 했다.

말과 인간, 전차가 혼연일체가 돼 경주로 일곱 바퀴를 달리는 전차 경주는 경기 규칙의 단순성, 박진감, 긴장감 덕에 큰 사랑을 받았다. 전차 경주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것은 흔한 모습이었다. 오늘날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같은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전차 기수들은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날 미리 경기장 인근으로 오려고 노력했다. 낯선 환경에 불안해하는 말이 환경에 적응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관중은 경주에 몰입했고, 흥분했다. 극적인 승부에 돈까지 걸린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전차 경주 우승자는 임금노동자가 평생 일해도 벌지 못할 거액의 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잖아도 평균 수명이 짧았던 로마시대 기준으로도 단명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질주 탓이다. ‘40번 싸워 36번 승리했다’는 식의 짧은 묘비명은 강렬하고도 짧은 전차 기수의 불꽃 같은 삶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김동욱의 독서 큐레이션] 인류는 언제나 스포츠에 열광했다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조슈아 로빈슨·조너선 클레그 지음, 워터베어프레스)는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 그중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성장사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유명 감독의 전술과 선수 이적보다는 오늘날 프리미어리그를 있게 한 경영 전략에 주목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고 스포츠 리그이자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꼽힌다. 세계 212개국에 경기가 방영되고, 47억 명이 시청한다.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로 새로 단장하기 전까지는 사양산업으로 괄시받았다. 폭력적인 훌리건, 지붕이 새고 펜스는 녹슨 낙후한 시설, 거칠기만 한 경기 탓이었다. 도축업자와 건설업자가 주를 이룬 구단주들은 스포츠산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적극적인 스폰서십 유치, 상업주의로의 구단 체질 전환 등이 가파르게 진행됐다. 문호가 개방돼 외국 유명 선수와 감독들이 리그의 체질을 바꿨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이익을 극대화한 TV 중계권료 책정 방식은 변신의 핵심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 걸림돌,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등 여러 강팀이 등장해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펼치면서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무엇보다 성공의 밑거름은 최고 선수들이 가감 없이 보인 열정과 기술, 투지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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