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롭고 다채로운 '3色 자연'

신나는 여름이다.

요산요수(樂山樂水). 며칠 안 되는 귀한 휴가에 산을 오르고, 바다에도 몸을 담그고 싶다면 강원도 동해시가 제격이다.

무릉도원을 떠올리는 산과 계곡, 해안 절경과 쪽빛 해변이 반긴다.

[여기 어때] 산·계곡·바다가 함께 하는 동해

◇ 물과 돌이 부둥킨 오묘한 대자연, 무릉계곡
동해시는 동쪽으로 푸른 바다를, 서쪽으로 백두대간을 품었다.

해안은 기암괴석의 비경과 고운 모래의 해수욕장을 자랑하고, 고산준령은 깊고 그윽하다.

설악산 같은 큰 관광지에 가려지거나, 서울에서 먼 거리 때문에 동해시의 풍요로운 자연은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올해 초 개통된 고속철도는 동해시의 매력을 새로 보게 한다.

우리가 다녀온 두타산(1,353m)은 독특한 멋을 뿜어내고 있었다.

두타산은 장엄한 바위산인 동시에 묵직한 흙산이었다.

두타산의 비경은 다른 명산의 그것과 견줄 수 없었다.

설령 많은 사랑을 받는 설악산이라 할지라도 두타산과 비교될 수는 없었다.

모든 명산은 그 아름다움의 모습이 각각 다르다.

두타산은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또 다른 영산 청옥산(1,403m)과 이웃하고 있다.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를 약 4㎞의 무릉계곡이 흐른다.

이름이 암시하듯 무릉도원을 떠올릴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특이 지형은 웅장한 무릉반석이다.

무릉반석은 넓이가 1천500여 평에 이르는데 한 덩어리로 된 바위다.

[여기 어때] 산·계곡·바다가 함께 하는 동해

여름이면 수많은 피서객이 모여들어 물놀이를 즐긴다.

반석에는 옛사람들의 이름과 시는 물론이고, 그림까지 새겨져 있다.

글자 수는 800자를 넘는다.

동해시 소속 이혜영 문화관광해설사는 이를 두고 "세계 유일, 세계 최대의 암반시화서"라며 껄껄 웃었다.

석각 중에는 조선 시대 명필가 양사언이 썼다고 알려진 '武陵仙院 中坮泉石 頭陀洞泉'(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이라는 구절도 있었다.

'신선이 노닐던 이 세상의 별천지, 물과 돌이 부둥켜서 잉태한 오묘한 대자연에서 잠시 세속의 탐욕을 버리니 수행의 길이 열리네'라는 뜻이다.

무릉계곡 일대에는 다양한 관광코스, 등산코스, 산악마라톤코스 등이 있다.

등산코스는 6개나 되고, 산악마라톤코스도 15㎞, 20㎞의 2개 코스가 있다.

총 7.3㎞의 베틀바위 산성길 코스는 무릉계곡에 산재한 명승지를 둘러보고, 기암괴석과 협곡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코스에서는 삼화사, 학소대, 옥류동 계곡, 병풍바위, 장군바위, 얼레지 쉼터, 선녀탕, 쌍폭포, 용추폭포, 마천루, 석간수, 베틀바위, 미륵바위, 금강송 쉼터 등 두타산의 명승지를 대부분 볼 수 있다.

[여기 어때] 산·계곡·바다가 함께 하는 동해

코스 입구에서 베틀바위로 바로 올라가면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이 2㎞ 이상 계속된다.

급경사를 오르는 데 자신이 없다면 용추폭포로 올라갔다가 베틀바위로 내려오는 게 조금 더 쉽다.

용추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면 왼쪽으로 두타산, 오른쪽으로 청옥산을 만난다.

두 산 모두 숲이 깊고 봉우리가 험준한 영산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계곡과 폭포는 전날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있었다.

쌍폭포는 두타산과 청옥산이 맞닿은 경계에 있다.

쌍폭의 두 물줄기는 각각 두타산, 청옥산에서 흘러내린다.

두 물줄기는 이곳에서 만나 무릉계곡으로 함께 흘러간다.

두타산 풍광의 압권은 마천루, 베틀바위에서 감상하는 협곡이다.

협곡은 울창한 숲과 장대한 바위로 이뤄져 있었다.

바위들은 엄청나게 크거나 바늘처럼 뾰족뾰족했다.

바위 절벽은 매우 가팔랐는데 등산객들을 위해 철판 계단, 나무 데크 등의 시설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편의시설이 없다면 전문 산악인 외에 일반 탐방객은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한국인의 산사랑은 대단하다.

산이 가까이 있어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타산에 오르니 산의 다채로운 멋이 사람들을 부른다는 것을 알겠다.

설악산처럼 아리따운 산, 어머니 품 같은 지리산, 숲이 그윽한 산, 선경을 떠올리는 바위산, 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진 산맥, 발아래로 바다가 펼쳐지는 산마루….
두타산에 가보지 않고는 한국의 산을 봤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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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안의 '해금강' 추암해변
추암해변은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애국가의 배경 영상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래서 추암해변을 다녀오지 않았어도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촛대바위 위로 떠 오르는 붉은 태양의 장관을 기억하는 국민이 많다.

추암해변은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 해안에 있다.

거세고 맑은 동해의 푸른 물결이 바위섬들을 때리는 해안이 절경을 이룬다.

잘게 부서진 고운 모래는 아담한 추암해수욕장을 만들어냈다.

2019년에는 추암해변 조각공원 옆으로 출렁다리가 만들어져 젊은이와 어린이가 좋아하는 명소가 됐다.

길이 72m의 이 출렁다리는 바다 위에 지어졌다.

출렁다리에서는 해안 경치를 더 높은 위치에서 감상할 수 있다.

추암해변은 일출이 워낙 유명해 여름이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의 '겨울철 가볼 만한 곳 10선',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해수욕장이 개장하지 않았고 주말도 아니었지만, 탐방객이 적지 않았다.

촛대바위 오른쪽에는 다정하게 서 있는 형제바위가 정겹다.

형제는 병든 어버이의 완쾌를 빌었고, 소원은 이루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형제바위를 향해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기도의 장소들은 하나같이 절경이다.

절실함과 아름다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 듯싶다.

촛대바위 일대의 바위들을 석림(石林)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 도제찰사였던 한명회는 석림에 감탄해 능파대(미인의 걸음걸이)라고 불렀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금강사군첩'의 60폭 그림에는 촛대바위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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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파대 바로 옆에 1361년 고려 공민왕 때 처음 지어진 해암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후학 양성과 풍월로 여생을 보낸 곳이다.

조선 시대 송시열이 함경도 덕원으로 귀양 가던 중 남긴 휘호인 해암정 현판이 지금도 걸려 있다.

작자 미상의 해암정기가 추암해변의 절경을 전해준다.

해암정기

금강산과 오대산이 수백리 달려와
용처럼 날고 봉황처럼 날개를 펴 이룩한 산이
두타산이고
그 한 가지가 동쪽으로 덜어져 해상에 만물상을 이루니
곧 능파대다.

해암정은 능파대를 울타리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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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전망대와 바다 전망대
동해시에서 새로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라면 도째비골 스카이워크와 해랑전망대를 꼽을 수 있다.

해발 수백m 높이의 공중에 만들어져 있는 스카이워크는 하늘 전망대,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설치된 해랑은 바다 전망대라 할 만하다.

두 전망대는 아래위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하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면 해랑이 장관이고, 해랑에서 올려다보면 스카이워크가 신비스럽다.

두 전망대가 어우러지는 야경은 특별했다.

초여름 밤을 즐기러 나온 주민과 관광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부서지는 포말과 뒤섞이며 까만 밤바다 속으로 싱그럽게 울려 퍼졌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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