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산울동에 들어서는 세종자이 더 시티
탄산수에 1시간 동안 푹 삶아낸 토종닭 백숙
초정약수식당 토종닭백숙 한 상 사진=이송렬 기자

초정약수식당 토종닭백숙 한 상 사진=이송렬 기자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기다려야 맛있어진다"…세종자이 더 시티와 닭백숙[이송렬의 맛동산]

올 하반기 들어 청약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파트가 있습니다. 바로 ‘세종자이 더 시티’입니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내려가다 보면 가장 먼저 들어서는 산울동에 들어섭니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5층 24개 동, 전용면적 84~154㎡P로 무려 44가지나 되는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됩니다. 총 1350가구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가 예비 청약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세종시가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보다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가 폐지된 이후 첫 공급 단지여서 일반공급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청약 수요를 끌어들였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이 합리적인 점도 예비 청약자들의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때문에 분양시장에서는 "이 단지의 입지 분석보다는 당첨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일단 당첨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 공사현장과 멀리보이는 세종시 아파트들 사진=이송렬 기자

세종자이 더 시티 공사현장과 멀리보이는 세종시 아파트들 사진=이송렬 기자

전국의 관심을 받은 단지답게 경쟁률도 대단했습니다.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이틀동안 24만명이 이 단지에 청약 통장을 던졌습니다. 특공에는 2만2678명이, 1순위에는 22만842명이 몰렸습니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9대 1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세종보다는 전국단위 기타지역에서 수천에서 수만명의 사람이 몰렸습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토요일 오후. 세종시에서 핫하다는 나성동과 도담동 등 정부세종청사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커피를 마실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주말에는 아무것도 없는 세종에 있기 보다는 인근 대전 등 대도시로 나간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대전으로 넘어가는 대신 세종시 안에서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가 들어서는 산울동에서 차를 타고 20분을 이동하면 38년째 한자리에서 영업 중인 ‘초정약수식당’이라는 닭백숙집이 나옵니다.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시골집이라 간판이 없었다면 아마 제대로 찾지 못했을 겁니다.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하기 위해 오후 2시께 식당을 방문했음에도 두 팀이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여기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코로나 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요즘엔 너무 없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예전에는 자리가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리 준비된 상에 앉아 자연스레 물을 따라 먹습니다. 시큼한 맛과 함께 목을 톡 쏘는 게 느껴집니다. 초정약수입니다. 식당 뒤뜰에 있는 약수터에서 직접 끌어온다고 합니다. 원래 7개의 자연 약수터가 있었는데 그 중 5개는 막히고 이제는 2개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약수를 뜨기 위해 많이 찾는답니다.

식당에서 백숙을 맛보려면 예약을 꼭 해야 합니다. 백숙을 만드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미리 준비된 상에 앉아 5분 정도를 더 기다리자 백숙이 나옵니다. 무자비한 크기의 뚝배기 그릇에 닭 한 마리가 먹기 좋게 삶겼습니다. 토종닭이라 그런지 서울 시내 삼계탕집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백숙에서는 닭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약수가 닭의 잡내를 잡아준답니다. 닭 다리를 하나 집어 뜯어봅니다. 토종닭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 있습니다. 이 집의 백숙은 오랜시간 푹 삶아서 그런지 ‘토종닭은 질기다’라는 편견을 깹니다. 국물도 걸쭉하면서 먹었을 때 깊이감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초정약수식당 토종닭백숙이 맛있게 끓고 있다 사진=이송렬 기자

초정약수식당 토종닭백숙이 맛있게 끓고 있다 사진=이송렬 기자

탄수화물의 민족답게 죽도 먹어봅니다. 찹쌀, 녹두, 부추, 당근 등이 뒤섞여 허여멀건한 흰죽보다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특히 녹두가 들어가서 그런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김치, 가지볶음, 두부조림, 콩나물, 양파장아찌, 깍두기, 오이무침, 버섯볶음 등 탄산수로 만든 반찬이라 그런지 더 건강함이 느껴집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올 들어 매매 가격이 하락 전환했고, 거래도 끊겼습니다. 집값이 빠르게 치솟았던 데는 '천도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빠르게 식은 것입니다.

이 작은 백숙 한 그릇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물며 도시 하나가 제자리를 잡고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요.

세종시는 단순한 행정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할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만 들어선다고 해서 사람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주변의 인프라가 갖춰지고 사람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자족기능'이 강화되면 저절로 사람이 모이게 될 것이고 떨어진 아파트값도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는 세종시가 하나의 완벽한 도시(city)가 되는데 일조하는 아파트가 되길 바랍니다.
세종자이더시티 조감도. 사진=gs건설

세종자이더시티 조감도. 사진=gs건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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