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눈앞의 파리, 알고 보면 지구 살리는 '1등 공신'
여름철이면 불청객이 찾아온다. 바로 파리. 식탁 위를 맴돌고, 쓰레기봉투 주변에도 날아다닌다. 해충으로 분류하지만 파리가 없으면 인류는 초콜릿을 먹지 못한다. 파리가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를 수분(受粉)하기 때문이다. 귀찮고 성가시지만 알고 보면 고마운 익충인 것이다.

《곤충 수업》은 곤충 생태계를 자세히 살펴 잘 알려지지 않은 배경지식을 친절히 전하는 책이다. 곤충학자인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가 곤충과 그에 얽힌 역사, 지리, 문화적 배경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사람들은 곤충을 징그럽게 보지만, 지구에서 살아가는 어떤 생명체보다 이로운 생물”이라며 “꽃가루를 옮기고, 시체를 치우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소우주에 가까운 존재”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왜 곤충을 기피하는 걸까.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 동물을 친밀하게 생각한다. 포유류를 가장 선호하고, 조류와 양서류 등이 뒤를 잇는다. 거미나 곤충 등 절지동물이 꼴찌다. 무성한 털과 점액질로 둘러싸인 몸을 보고 이질감을 느껴서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곤충은 혐오의 대상이 됐다. 곤충을 죄책감 없이 죽이고 장난감처럼 대하기도 한다. 이런 태도를 저자는 경계한다.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과거에는 곤충이 ‘공부벌레’ 등 긍정적인 어휘로 쓰였다”며 “최근 혐오 대상에게 ‘충(蟲)’자를 붙이는 현상은 곤충학자로선 매우 씁쓸하다”고 말한다.

혐오를 극복하려면 이름을 알려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름이 있어야 인식의 대상이 되고, 제대로 알고 나면 기피하는 감정이 줄어든다. 저자가 강의할 때 곤충의 학명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상세히 풀어내는 이유다.

새로운 이름을 찾으려 곤충학자들은 오늘도 산과 들로 나간다. 딱정벌레 표본을 찾아 등산객들의 대변을 뒤적이기도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곤충 가운데 밝혀진 종은 1만8000여 종으로, 학계에선 미분류 종을 포함하면 총 5만 종의 곤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곤충에게 이름을 지어 세상에 친숙하게 알리는 것도 학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