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자 레이몽 아롱·푸른바당과 초록의 우영팟

▲ 언다잉: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 = 앤 보이어 지음. 양미래 옮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내가, 지금, 이 순간에는, 병들어 있다.

"(50쪽)
파이어크래커상, 트웜블리상 등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의 시선을 끈 저자가 암에 걸린 후 느낀 소회를 에세이 형식으로 쓴 암 투병기다.

"방탕하게 살다가 요절하리라는 욕망이 어느 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나이"인 마흔한 살.
저자는 삼중음성유방암에 걸린다.

전체 유방암의 10~20%를 차지하고, 여러 유방암 중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가장 적은 데다 예후도 좋지 않아 사망률이 유난히 높은 암이다.

일단 가장 독한 세포독성항암제를 맞는다.

몸에서는 저자 말대로 "총파업"이 일어난다.

머리카락도, 속눈썹도, 식욕도, 성욕도, 언어도, 심지어 생각까지 파업에 돌입한다.

항암 치료 후에는 양측 유방 절제술과 재건술을 받는다.

저자는 물리적인 아픔, 몸과 마음 일부를 상실했다는 쓰라림, 혼자라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다.

"최대 이익을 위해 체계화된" 암 병동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자본주의 의료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견지한다.

병들어가는 단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건조한 문체 속에 감상을 최대한 배제하려 한 저자의 욕구가 엿보인다.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플레이타임. 326쪽. 1만8천원.
[신간] 언다잉

▲ 자유주의자 레이몽 아롱 = 레이몽 아롱·장루이 미시카·도미니크 볼통 지음. 박정자 옮김.
1950~60년대 프랑스 사상계는 장 폴 사르트르, 모리스 메를로퐁티를 중심으로 한 좌파 사회주의자들이 이끌고 있었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사르트르와 동문수학한 레이몽 아롱은 당초 사회주의자였으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지식인의 아편'이라고 규정한 후 자유주의 우파 사상가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소비에트의 스탈린을 반대했고, 대서양동맹을 지지했으며 드골의 재집권을 옹호하는 등 거침없는 우파 행보를 이어갔다.

책은 1980년 TV를 통해 방영된 75세의 아롱과 '68세대'인 두 학자의 대담을 엮었다.

미시카와 볼통이 질문하고, 아롱이 대답하는 형식의 인터뷰집이다.

1982년 '20세기 증언'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됐는데, 이번에 제목과 디자인 등을 손질해 새로 나왔다.

기파랑. 496쪽. 2만5천원.
[신간] 언다잉

▲ 푸른 바당과 초록의 우영팟: 육지 사람들은 모르는 제주의 맛 = 김민희 지음.
요리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저자가 제주 음식을 소재로 풀어 쓴 에세이다.

저자는 제주의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하는 한편, 음식에 얽힌 가족 이야기와 제주에서 있었던 다양한 추억담을 맛깔난 문체로 소개한다.

바당은 제주 사투리로 바다를, 우영팟은 작은 텃밭을 말한다고 한다.

앨리스. 200쪽. 1만3천500원.
[신간] 언다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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