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포다 연출…내달 12~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민족 해방·안녕 노래한 국립오페라단 '나부코' 16년 만에 공연
"나의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고향의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오,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예언자의 금빛 하프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잔인한 조국의 운명처럼 쓰라린 비탄의 시를 노래 부르자/ 인내의 힘을 주는 노래로 신이 너에게 용기를 주시리라."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속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그의 대표작 '아이다'의 '개선행진곡'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하다.

전체 4막 가운데 3막에 나오는 이 합창곡은 나라를 잃은 히브리인들의 슬픔과 희망을 담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민족의 해방과 안녕을 노래한 '나부코'를 올해 76주년인 광복절을 맞아 다음 달 12~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네 차례 공연한다고 27일 밝혔다.

14일 공연은 온라인 영상 서비스 '크노 마이 오페라'에서 생중계한다.

이 작품에는 내년에 창립 60주년을 맞는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도약을 염원하는 동시에 오는 9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공식 재개관을 축하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한다.

국립오페라단은 2005년 10월 첫선을 보인 이래 약 16년 만에 새로운 연출로 전막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5월 오페라 갈라에서는 4막 전막을 축약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 방식으로 선보인 바 있다.

민족 해방·안녕 노래한 국립오페라단 '나부코' 16년 만에 공연
구약성서 속 느부가넷살 왕의 이탈리아식 이름인 '나부코'는 기원전 6세기 히브리인의 '바빌론 유수'를 소재로 했다.

이스라엘의 유다 왕국 사람들이 신바빌로니아의 바빌론으로 포로가 돼 이주한 사건이다.

베르디가 1842년 당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북이탈리아의 민족해방과 독립운동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히브리인들을 바빌론으로 강제 이주시킨 나부코와 히브리 남자를 사랑한 나부코의 두 딸 사이에 펼쳐지는 갈등과 다툼, 그 속에서 억압받던 히브리 민족의 이야기가 줄거리다.

불타는 궁정을 바라보며 히브리인들이 함께 부르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민족 화합과 해방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선율의 합창곡으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독특하고 과감한 무대로 주목받는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가 새롭게 연출을 맡는다.

그는 2015년 '안드레아 셰니에', 2017년 '보리스 고두노프' 등을 연출하며 국립오페라단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스테파노 포다는 한복의 전통 문양을 떠올리게 하는 기하학적 무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의상 디자인, 붉은색과 흰색을 대비한 단순한 무대, 뫼비우스의 띠 같은 느낌의 상징물, 한국 고유의 정서인 한을 텍스트로 조형화한 무대 배경 등을 사용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일 계획이다.

민족 해방·안녕 노래한 국립오페라단 '나부코' 16년 만에 공연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마농'을 지휘한 홍석원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을 이끈다.

나부코 역은 바리톤 고성현·정승기, 나부코의 큰딸 아비가일레 역은 소프라노 문수진·박현주, 작은딸 페네나 역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최승현이 각각 맡는다.

또 예루살렘 왕의 조카 이즈마엘레 역은 테너 정의근·박성규, 대제사장 자카리아 역은 베이스 박준혁·최웅조, 안나 역은 소프라노 최세정·임은송, 바빌로니아 왕국의 대신 압달로 역은 테너 김지민, 바알의 대제사장 역은 베이스 박경태가 맡는다.

관람료는 3만~12만 원. 티켓 예매는 국립오페라단과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