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연 PKM갤러리 개인전 '앤트로포즈'
코로나에 멈춰선 인류…미디어아트에 담은 '일시정지'
세계적인 감염병으로 인류의 삶이 '일시 정지' 상태가 됐다.

자유로운 이동과 교류가 제한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오히려 일상이 돼버렸다.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39)에게도 코로나19 사태는 충격적인 사건이자 눈앞의 현실이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그는 주변에 확진자가 속출하고 도시가 봉쇄되는 경험을 하면서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예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앤트로포즈(Anthropause)'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고찰을 강이연의 방식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모든 존재가 유한하다는 진실을 망각한 무분별한 행위로 오늘날의 팬데믹을 자초한 인류를 이야기한다.

전시 제목 '앤트로포즈'는 인간의 활동이 둔화하는 '인류 일시 정지' 현상을 뜻한다.

영상과 사운드로 공간을 빚어내는 프로젝션 매핑 방식의 작업을 해온 강이연은 이번 전시에서 두 개 공간에 각각 '무한'과 '유한'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무한'은 깜깜한 전시장 중앙 허공에서 회전하는 원형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한 작업이다.

빛은 스크린을 투과하거나 흡수, 반사되며 비정형적 형태로 공간 전체로 퍼진다.

영상은 인류 역사에 따라 급증한 탄소 배출량을 반영하며 계속 변화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류 행위와 기후 변동의 인과 관계를 드러내며 유한한 인간의 존재를 환기한다.

코로나에 멈춰선 인류…미디어아트에 담은 '일시정지'
'유한'은 강렬한 영상과 사운드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타오르는 숲을 덮는 고층빌딩,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산맥 등의 디지털 영상이 이어진다.

도시의 소음, 1·2차 세계대전 당시 녹음된 폭발음, 현악 연주 등이 더해져 감각을 극대화한다.

인류의 이기심에 빠르게 고갈되는 지구의 이미지를 풀어낸 '유한'의 영상은 무한대로 팽창할 듯한 이미지를 펼쳐내다가 끝을 맺는다.

반면에 '무한'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이미지와 소리를 활용하지만, 끝없이 회전하며 변주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무한과 유한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무한과 유한은 이분법으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며 어느 하나가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도 아니다"라며 "'인류 정지상태'를 경험하면서 유한한 것들을 더 가치 있게 다뤄야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에 팬데믹이 아닌 다른 주제를 생각할 수 없었다"라며 "인간과 환경 등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잘 와닿지 않는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이 있는 몰입형 전시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인간 활동이 축소되면서 자연과 환경이 살아나는 결과에 초점을 맞춰 '인류 일시 정지'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강이연 역시 이번 '정지'가 '생산적 멈춤'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작품에 담았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강이연은 지난해에는 BTS의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커넥트, BTS'에 유일한 한국 작가로 참여했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코로나에 멈춰선 인류…미디어아트에 담은 '일시정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