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상담센터 자살예방상담 경력자 중 3년미만만 1393자살예방상담팀 이동
1393 상담사 40%, 경력 4개월 불과…신입 지원자 목표 절반 그쳐 인력난 우려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하영신(가명)씨 등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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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에서 5년 이상 자살예방 등 전화 상담을 맡아온 하영신(가명)씨는 다음 주부터 자살예방상담을 하지 못한다.

하씨가 속한 보건복지부 복지상담센터 위기대응상담팀 상담사 중 2018년 10월 이후 입사자들만 자살예방상담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되는 '1393 자살예방상담팀(이하 1393팀)'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씨처럼 2018년 10월 이전 입사한 상담사들은 오는 26일부터 자살예방을 제외한 정신건강, 긴급복지지원 등 상담만 맡을 수 있다.

[OK!제보] "5년 넘게 맡은 자살예방상담 중단하라니"…상담팀 분리 논란

1393팀 신설로 자살예방상담에서 배제되는 상담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1393팀에 편입되는 상담사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살예방상담이 급증한 시점에 20여 명의 고참이 상담 업무에서 빠지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3년 이상 장기경력자들 자살예방상담 못해…"전문성 약화 우려"
24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복지부 복지상담센터는 최근 서울 당산역 인근 건물에 1393자살예방팀을 신설하고 위기대응상담팀 상담사 51명 중 2018년 10월 이후 입사자 27명을 상담사로 배치키로 했다.

이들은 26일 근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2018년 10월 이전 입사한 고참 상담사 24명 중에서는 7명 정도만 상담사가 아닌 관리자로 선발돼 1393팀으로 이동한다.

3~16년간 담당하던 자살예방상담에서 강제 배제된 상담사 일부는 복지상담센터가 팀 분리를 갑작스럽게 예고한데다 팀 선택권도 주지 않아 경력 단절과 상담 전문성 약화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하씨는 "지난달 공지되기 전까지 팀이 분리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사명감으로 자살예방상담에 임해 왔다"며 "위기대응상담사 채용때 청소년복지사, 사회복지사 관련 자격증과 학사학위 등을 요구하는 것을 자살예방상담을 위한 요건으로 생각하고 전문성을 키워왔는데 무시당한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OK!제보] "5년 넘게 맡은 자살예방상담 중단하라니"…상담팀 분리 논란

2018년 10월 이후 입사자인 박세준(가명)씨도 "입사 당시 1393팀으로 이동한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위기대응상담팀 소속으로 알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2018년 하반기 위기대응상담팀 상담사 채용 공고나 근로계약서에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 정원이라고 명기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신입 25명 모집에 13명만 지원…센터 "상담항목 줄어 조기적응 가능"
1393팀으로 이동하는 단기경력자들도 장기경력자들 부재에 따른 상담질 하락과 인력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센터가 장기경력자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하반기에 상담사 31명을 선발할 계획이지만 상담사가 생명과 관련된 자살예방상담 업무에 적응하는 데 통상 1년가량 걸렸기 때문이다.

1393팀으로 이동하는 상담사 27명 중 경력이 1년을 넘은 이는 12명에 불과하다.

지난 4월 선발된 11명은 교육기간 3개월을 포함해도 경력이 4개월에 그친다.

최근 진행된 신입 상담사 공채에 신청자가 목표인원 25명의 절반인 13명에 그쳐 인력난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근 두 달 새 상담사 4명이 근무지 이전설에 따른 부담감 등을 이유로 퇴사한 점도 부담이다.

박씨는 "신입 상담사가 입사하면 경험을 나눠줘야 하는데 3년 미만 경력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논의할 수 있는 선배가 없어지는 것이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하씨는 "자살예방상담을 강화하기 위해 1393팀을 만들면서 일정 경력 이하 인력만 뽑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신입 상담사가 적응하기 전까지는 자살예방상담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2018년 10월 이후 입사자들은 그해 말 개통된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 업무를 위해 뽑았기 때문에 별도 팀이 만들어지면 분리될 예정이었다고 반박했다.

인력 사정 등으로 팀 분리 시기가 늦어진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민간기관에 위탁한 1393 자원봉사센터 근무자들이 상담사로 지원하고 있는 데다 교육 과정이 정신건강상담 등을 제외한 자살예방상담 하나로 줄어 신입 상담사들이 조기에 적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위기대응상담사 교육과정은 3개월이었지만 자살예방상담사 교육과정은 4~5주로 단축될 예정이다.

센터 관계자는 "신입 지원자가 모집 인원보다 적어 하반기에 2~3차례 더 공모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자살예방상담만 전담으로 하기 때문에 신입 상담원이나 단기경력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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