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돈벌기 5]

웹소설 쓰는 직장인들
작품 하나만 '대박'나면 수억원대 돈방석

웹소설 시장에도 수입 격차 있어
일평균 9.8시간을 일하는데 수입은 183만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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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윤보희 씨(35·가명)는 최근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소설가가 된 것입니다. 문예지 공모전이나 언론사 신춘문예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등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2년여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웹소설(온라인 플랫폼에 연재되는 장르문학)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웹소설 전문 사이트’에 꾸준히 글을 올렸습니다. 보희 씨가 소설을 쓰는 데 투자한 시간은 매일 퇴근 후 저녁 한두 시간 정도입니다.

장르는 로맨스 소설. 40~50대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서 보희 씨의 소설은 단행본으로도 출시됐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몇백원 수준에 불과했던 인세는 한 달동안 많게는 400만원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부업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주변에선 보희 씨의 밤일(?)을 알지 못합니다. 주부들을 겨냥한 로맨스 소설인만큼 ‘19금(禁)’ 내용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희 씨는 “필명을 따로 쓰고 소설을 쓴다는 얘기를 밖에선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선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젠 제법 수입이 짭짤하다”고 했습니다.
대박 터뜨리면 연수익만 '10억'
웹소설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작가를 꿈꾸는 투잡러들이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 세상에선 학생·직장인·주부 등 직종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필명을 쓰면서 신원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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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웹소설 시장 규모는 무려 6000억원으로 종이책 소설 시장 규모의 2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2013년에 겨우 100억원 정도였는데 7년 사이 60배가 성장한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작가의 숫자입니다. 추산에 따르면 이미 20만명이 넘는 웹소설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웹 작가들은 소위 작품 하나만 대박을 터뜨려도 수억원대 돈방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미 한 해 수입이 10억원을 넘는 작가가 10명을 넘었습니다. 일례로 웹소설 작가 박수정은 최근 카카오TV ‘빨대퀸’에 출연해 지난해 웹소설로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공개했습니다. ‘신사의 은밀한 취향’, ‘위험한 신입사원’ 등 그가 발표한 30여개 작품 가운데 3개작이 거둬들인 수익입니다. 나머지 작품의 수익까지 합하면 실수익은 이보다 더 높다는 의미입니다.

진입장벽은 의외로 낮습니다. 일단 다양한 웹소설 서비스업체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수상만 해도 1억~2억원을 받습니다. 지난달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가 연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에서 내건 대상 상금은 1억2000만원입니다. 네이버웹툰도 총상금 8억원을 걸고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작품 하나가 드라마나 영화, 공연으로 이어지면 사정이 더욱 나아집니다. 웹소설의 장점을 엮은 파생상품이 성공하면 수입이 더 늘어납니다. 한 웹소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소설이 인기를 얻기만하면 웹소설 IP(지식재산권)는 웹툰·드라마 등으로 확장되며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계속 창출할 수 있다”며 “그야 말로 마르지 않는 화수분인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저임금도 못받는 작가들 많아
물론 모두가 잘나가는 건 아닙니다. 작가의 대부분은 수입이 연 1500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많은 수익을 얻어도 플랫폼 등에 수수료 명목의 비용을 회수 당합니다. 이 수수료는 수익의 최대 90%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6개월 전까지 웹소설 작가로 일하던 김보리 씨(29·가명)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챙기는 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네이버 웹소설 메인 화면. /네이버 웹소설 캡쳐

네이버 웹소설 메인 화면. /네이버 웹소설 캡쳐

보리 씨는 한 플랫폼에 무료로 1년 가까이 연재하던 소설이 출판 제안을 받으며 웹소설계에 뛰어 들었습니다. 워낙 어릴 적부터 작가의 꿈을 가져왔던 터라 3년간 다니던 게임회사도 그만두고 글을 썼습니다. “작가님 소설 너무 재미있어요”, “다음 작품은 언제 또 나오나요” 등 뜨거운 독자들의 반응이 처음엔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대박 작가가 아닌 이상 소설로 얻은 수익만으로 생활을 하긴 어려웠습니다. 통상 웹소설시장에서 창작자는 플랫폼이 떼가고 남은 수익(기본 수수료 약 21~30%)을 출판사·기획사와 나눠 갖습니다. 작품을 잘 보이는 데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수익의 50%까지 내기도 합니다. 에이전시를 통해 플랫폼과 계약하면 수익은 더 쪼그라듭니다. 무료 연재 등으로 인한 ‘무료 노동’을 할 경우 보상받을 방법도 없습니다.

보리 씨의 소설은 작년 한해 1000만원의 수익을 가져왔습니다. 한달에 80만원가량 번 셈입니다. 매일 쉬는 시간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에도 못미치는 수익을 얻었습니다. 보리 씨는 “내가 쓴 소설로 벌어들인 총 수익은 4000만~5000만원가량 이상일 것”이라며 “대부분을 수수료로 지불한 셈”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노동자는 하루 평균 9.8시간을 일하고 월평균 플랫폼으로 183만원 정도를 법니다. 노동 시간 대비 높은 금액이 아닐 뿐더러, 그 안에서 수입 격차도 상당합니다. 작품 한편에 억 단위의 수익을 버는 '대물급' 작가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보리 씨처럼 최저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입니다.

보리 씨는 “웹소설 일은 부업으로 삼기엔 나쁘지 않지만 본업으로 두기엔 수익 구조나 수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진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보리 씨는 소설 대신 이력서를 쓰고 있습니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것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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