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회의 입맛 따라 변한 스포츠의 얼굴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선 대포 포격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대포를 쏘는 행위가 스포츠로 인정받은 것. 오늘날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도 서핑과 스케이드보드 등이 신규 종목으로 채택됐다. 사회 변화에 맞물려 스포츠 정의가 달라진 것이다.

《스포츠의 탄생》은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볼프강 베링거 독일 자를란트대 역사학과 교수가 각종 공문서와 스포츠 인사들이 주고받은 서신, 회고록, 일기 등을 엮어 스포츠 변천사를 정리했다.

스포츠란 개념이 태동한 시점을 두고 역사학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목적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9세기 이전까지 스포츠는 여가활동이 아니라 종교의식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스포츠와 고대 운동 문화를 엄격히 구분했다. 영국에서 각종 축구 규정이 제정된 1863년을 스포츠가 태동한 시점으로 보는 학설도 나왔다.

저자는 이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19세기 이전에도 스포츠는 여가활동이었다는 것. 단어의 뿌리에서 스포츠의 탄생 시점을 짐작한다. 그는 “스포츠(sport)의 어원은 ‘즐기다’라는 뜻의 라틴어 ‘데 스포르타레(De sportare)’였다”며 “단순히 제례만을 위한 행위는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스포츠는 사회구조에 맞물려 의미가 변해 왔다. 처음 스포츠가 생겨난 곳은 고대 그리스다. 신을 기리기 위해 제전을 열었다. 건강한 신체를 신성시한 덕에 스포츠도 부흥했다. 17세기 중세시대에 접어들자 스포츠의 위상이 떨어진다. 스포츠를 쾌락을 위한 오락거리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영국의 과격한 청교도 신자들은 1618년 제임스 1세가 쓴 ‘체육 교서’를 불태우기도 했다.

19세기 들어 민족주의 열풍과 국가주의를 내세우며 스포츠가 다시 각광받았다. 강한 전사를 육성하는 데 스포츠 정신이 필요했다. 근대 올림픽이 처음 신설된 시기다. 저자는 “스포츠는 시대를 반영하는 도구”라며 “정치인들이 통치력을 과시하려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언론에 퍼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요약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