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유산' 지정 가능성…25년간 절반 사라졌단 추산도
호주, 필사의 외교전…2023년 이후로 결정 미뤄질 가능성도
호주 대산호초도 세계유산 박탈 위기…23일 표결 촉각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일지가 곧 결정된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3일 회의에서 표결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할지를 결정한다.

현재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위험에 처한 유산'은 자연유산이나 문화재 등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유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국제사회 공동대응을 촉구하고자 지정된다.

지정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유산 지위가 박탈될 수 있다.

실제로 세계유산위는 21일 영국 리버풀을 세계유산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2012년 '위험에 처한 도시' 목록에 올린 후 9년만이다.

호주 대산호초도 세계유산 박탈 위기…23일 표결 촉각
호주 동부 해안에 자리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길이가 2천300㎞에 이르며 우주에서도 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로 1981년 세계유산이 됐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호주에 한 해 64억호주달러(약 5조4천억원)의 수익을 가져다주고 6만4천여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추산되는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기후변화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수온이 급변하며 산호에 영양을 공급하는 조류가 사라져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대표적인 문제다.

기후변화로 잦아진 사이클론과 산호를 잡아먹는 악마불가사리가 늘어난 점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위협한다.

작년엔 1995년 이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 절반이 이 때문에 사멸했다는 추산이 나오기도 했다.

한 달 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하라고 권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기후변화로 위험에 처했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호주 정부에 현재보다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

호주는 환경장관이 지난 12일부터 스페인과 헝가리, 오만 등 세계유산위 위원국을 순방하며 로비를 벌이는 등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위험에 처한 유산'이 되지 않도록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14개국 호주주재 대사를 초청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스노클링투어도 실시했다.

호주의 외교전은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지난 20일 유네스코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할지 결정을 2023년 이후로 미루자는 제안을 제출했다.

이 제안은 스페인과 헝가리 등 12개 위원국 지지를 받았다.

세계유산위 위원국은 총 21개국이며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하는 데는 최소 14개국 찬성표가 필요하다.

호주 역시도 위원국이므로 한 위원국 표만 더 얻어내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호주는 2015년에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을 막아낸 바 있다.

호주 대산호초도 세계유산 박탈 위기…23일 표결 촉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