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김성규,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 선사
감성 자극하는 노래에 실린 애틋한 추억…뮤지컬 '광화문연가'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빗속에서'….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과 함께 청춘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무대에 펼쳐졌다.

추억에 흠뻑 젖은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서정적이면서 감동적인 무대에 화답했다.

지난 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둘째 날 공연 표정이다.

개막 전 배우 차지연과 인피니트 멤버 김성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제작발표회가 취소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공연은 매끄럽게 진행됐다.

'광화문연가'는 가수 이문세와 함께 활동한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토대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죽음을 앞둔 중년의 작곡가 명우가 시간여행 가이드 월하와 함께 1980∼1990년대의 기억 속으로 여행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 등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노래들이 연이어 흐르며 감성을 자극한다.

작품은 죽음까지 단 1분을 남겨둔 명우가 기억의 빈집을 채우기 위해 첫사랑 수아를 만났던 1984년 덕수궁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풋풋하고 순수한 만남도 잠시, 명우는 군에 입대하고, 수아는 학생운동에 투신한다.

이어 둘은 헤어진다.

그렇게 기억의 빈집을 수아와의 추억으로 채워가던 명우는 시간여행이 끝나갈 무렵 기억을 다시 되짚는다.

그리고 기억 속 빈집의 주인은 수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에 극의 반전이 숨어 있다.

감성 자극하는 노래에 실린 애틋한 추억…뮤지컬 '광화문연가'
작품에서는 특히 월하의 역할이 눈길을 끈다.

극의 서사를 이끌어가며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에 웃음과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번 시즌에서는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가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프리'로 이 역할을 맡았다.

지난 2017년 초연에서 젊은 시절 명우를 연기했던 김성규는 이날 월하 역을 맡아 웃음을 유발하는 능청스럽고 유쾌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 중년의 명우 역은 윤도현·엄기준·강필석이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명우의 첫사랑 수아 역은 전혜선·리사, 아내 시영 역은 문진아·송문선, 과거의 명우 역은 양지원·황순종, 과거 수아 역은 홍서영·이채민이 각각 연기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관객에게 친숙한 인기곡을 모아 만들기 때문에 자칫 이야기가 억지스럽게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광화문연가'는 노래 가사와 스토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이런 결과는 창작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선웅 작가는 노래에 맞는 빈틈없고 탄탄한 스토리를 완성했고, 이지나 연출은 이영훈에 대한 헌사를 담아 젊은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아련함을 온전히 전했다.

또 김성수 음악감독은 리드미컬한 편곡을 통해 노래의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2018년 재연에서 '싱어롱 커튼콜'로 흥행 열풍을 일으킨 작품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없게 된 점이 아쉽다.

공연은 9월 5일까지.
감성 자극하는 노래에 실린 애틋한 추억…뮤지컬 '광화문연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