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神에게 전쟁의 책임을 전가한 인간들
역사상 모든 주요한 전쟁의 원인이 종교였다는 건 서구 지식인들에게 상식 같은 이야기다. 중세의 십자군 원정, 16~17세기 유럽의 종교전쟁, 현대의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까지 많은 전쟁의 중심에 종교가 있었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평화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종교의 역할은 무시되고 비이성과 폭력성만 강조되고 있다. 종교는 정말 태생적으로 호전적인가.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신의 전쟁》에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를 반박한다. 종교와 관련된 무수한 전쟁과 폭력은 사실 정치적·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종교는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왔다고 주장한다. 종교의 역사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은 무시돼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 문명의 탄생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불가피한 폭력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인류의 딜레마를 고찰한다. 농경 문명의 탄생과 동시에 이웃 국가들과의 투쟁은 필수적이었다. 근대 이전까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지 않았다. 종교는 국가 건설과 통치를 포함한 모든 인간 활동에 스며 있었다. 노동력 확보를 위해 전쟁은 삶의 일상이 되었고, 종교적 신화는 구조적인 폭력을 승인해주는 역할을 했다.

저자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현대에서도 폭력은 언제나 종교적인 열망에 기댄다고 전한다. 민족이라는 또 다른 ‘종교적’ 분위기가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것. 전쟁은 다른 모든 인간활동과 마찬가지로 종교적 특징을 갖췄다. 인류는 산업화 이후 권력과 명예, 자원 확보를 위해 두 차례의 엄청난 세계 대전을 일으켰다. 민족이란 ‘상상의 공동체’를 새로운 신앙으로 여기며 전쟁을 열렬히 환영했다. 종교적으로 표현된 군국주의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은 세계 주요 종교는 모두 피로 물든 땅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문명의 조건이었던 폭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종교 탄생의 가장 주요한 이유였다”며 우리 시대의 폭력과 직면할 때 종교가 수백년 동안 실천해왔던 이타심과 동정심을 되새겨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